[곽대희 코너] 여자의 가슴이 주는 성적 마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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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얼마 전 한국의 중견 여배우가 한 시상식에서 가슴이 드러난 옷을 입자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그녀가 의도적으로 과시하는 유방의 매력에 대중매체도 매혹 당한 모양이다. 절반 이상 노출된 유방은 그녀의 성적 매력을 과시하기에 부족함이 없다는 평까지 달아 놓았다.

유방을 드러낸다고 해서 다 섹시한 것은 아니다. 단돈 몇 달러를 얻으려고 쓰레기 하치장을 뒤지는 소년들을 다룬 해외뉴스에 함께 나오는 그들의 모친은 대부분 유방을 드러내 놓고 있지만 그 유방에 성적 매력을 느낀다는 남자는 한 명도 없다. 그 유방들은 너무나 아래로 처져 있어 섹스 심벌이라기보다 수유기관이란 이미지가 강하다.

바로 이런 사실에 착안해 유방의 매력을 분석한 사람은 ‘슈트랏트’라는 학자였다. 그는 문명국 여성일수록, 그리고 사회적 신분이 상위계급일수록 유방의 위치가 높다는 연구논문을 발표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그 주장에 따라 일본 여성들의 성향을 알아보려고 국립민족박물관 다이마루 히로시 박사가 신체를 계측한 결과 동양인의 유방은 제7늑골 위에 있고, 유럽인은 제4늑골 위에 있음을 알았다. 상하로 봐서 늑골 3개의 길이만큼 높낮이가 다른 것이다.

그러나 이런 차이가 사회적 신분이나 교양과 무슨 관계가 있는가? 그는 생활방식이 기립(起立)형으로 바뀌면서 유방의 위치가 상승, 지금과 같은 곳에 있게 되었다는 견해를 발표했을 뿐 신분과 교양 면에서 보는 문제에 관해서는 아무런 코멘트도 하지 않았다.

학교 공부를 많이 했다고 유방의 중심점이 상승하는가, 아니면 신분의 고하에 따라 위치 변동이 일어나는가, 학자들은 그 의견을 강하게 부정했다.

그래서 학자들은 유방의 형태와 위치가 어떤 성생활을 하는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어정쩡한 해답을 내놓았다. 즉 유방에 대해 인종적 차별론을 논하는 것은 섹스를 동물적으로 영위하느냐, 아니면 휴먼 섹스를 지향하느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말하자면 유럽 중심의 세계관이 가져다준 편견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런 논쟁에 휩쓸리지 않더라도 유방에 대한 자극이 쾌감을 가져다준다는 사실은 일찍부터 알려진 기초적 지식의 하나였다. 아기에게 젖을 물리면 모체는 지극히 유쾌한 기분이 든다. 이처럼 여성이 수유하면서 쾌감을 감지하도록 만든 것은 후손의 번식에 기여하도록 하는 조물주의 계산된 의도였다.

유선이 활동 중인 여성은 흥분했을 때, 남성의 사정처럼 사유(射乳)라는 생리현상이 약 70%의 여성에게서 일어나는데, 이것을 유방의 ‘G-spot’ 현상이라고 부른다. 여성이 흥분했을 때, 요도로부터 우윳빛 액체가 솟아오르듯 똑같은 현상이 유방에서도 일어나는 것이다.

그런데 유방에서 성감이 민감하게 발달한 곳은 유수(乳首)가 아니라 ‘스펜스의 유선미부(乳腺尾部)’라는 곳이다. 이것은 겨드랑이 아래의 유방 부분으로 여기를 건드리면 쾌감이 전신으로 퍼져 나가며 그 감도는 클리토리스의 50~60% 정도로 매우 민감한 부분이다.

여성이 유방의 성적 상징물로 업그레이드되면서 코르셋으로 허리를 조이고 가슴까지 올려 유방이 돌출되도록 하는 것이 유행이었다. 16세기 프랑스 귀족사회 여성은 가슴을 완전히 드러내는 토플리스 상태로까지 극대화됐다. 그런 유방 노출 풍습에 제동을 건 것은 기독교 율법이었다.

자크 소레의 저서 『성애의 세계사』를 보면 기독교가 성애를 억압하기 위해 여성은 ‘유방을 감추라’고 요구했다고 되어 있다. 17세기 말에 프랑스에서는 창녀와 동침하더라도 나체는 금지되었을 만큼 성적 이미지가 강한 유방의 노출은 일절 금지되었다.

이처럼 옷으로 감췄던 유방을 업데이트한 의상 디자인으로 거의 드러나 보이도록 하는 탤런트들의 멋진 패션은 유방이 모성의 상징에서 다시 섹스 심벌로 변화하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의 열망은 웰빙이고, 그 웰빙이 식욕·성욕·수면욕이라는 세 가지 욕구를 모두 충족시키려는 것이라고 한다면 성욕의 흡족한 충족을 노린 시대적 적응이 곧 유방의 노출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곽대희 비뇨기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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