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여행>紅一點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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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북송(北宋)초 왕안석(王安石)은 재상이 되어 신종(神宗)을 도와 과감한 개혁정책을 추진했던 사람이다.
비록 구양수(歐陽修).사마광(司馬光).소동파(蘇東坡)등과 같은 수구파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해 정치적으로는 불우했지만 문장만큼은 뛰어나 당송팔대가(唐宋八大家)에 당당히 끼게 되었다. 그가 재상으로 있을 때였다.한림원(翰林院)의 뜰을 한가로이거닐고 있는데 문득 한 그루의 석류(石榴)가 눈에 들어왔다.
온통 짙푸른 초록색의 잎속에 새빨간 꽃이 단 한송이 피어 있는 것이 아닌가.
워낙 강렬한 대비가 되었으므로 순간적으로 시흥(詩興)이 일었다.명문장가이자 시인이었던 그는 즉석에서 붓을 들었다.
수많은 녹엽(綠葉)중에 빨간 점 하나 萬綠叢中紅一點(만록총중홍일점) 봄기운 느끼기엔 그것으로 족하네 動人春色不須多(동인춘색불수다).
석류의 잎은 짙푸르기로 유명하다.여기에 새빨간 꽃 한 송이가피어 있으니 얼마나 요염한가.
이처럼 홍일점(紅一點)은 본디 한 송이의「석류꽃」을 가리키는말이었는데,후에는 많은 남자 가운데 한 여자가 있는 것을 가리키는 말로 전용(轉用)되었다.
그 여자는 그만큼 돋보일 것이다.그 반대의 경우라면 녹일점(綠一點)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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