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美회담격화되는 장외 신경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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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북한 핵문제가 일괄타결될 수 있을지 관심을 끌고 있는 가운데北-美 양측간의 정치.외교적 신경전이 날카로워지고 있다.
윌리엄 페리 美국방장관은 25일 미국 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만약 북한이 핵시설에 대한 국제사찰을 허용하는 국제조약들을준수하지 않을 경우 미국은 북한에 대해 위압적인 외교를 구사할것』이라면서『위압적인 외교는 군사력 위협을 의 미한다』고 말했다.그는 또 CNN-TV와의 대담에서도 『핵문제의 최종해결이 어렵게 되면 누구도 핵문제로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날 것을 원치 않으나 유사시에 대비해 원자로가 아닌 재처리시설을 파괴하는방안이 검토될 수 있다』고 덧붙였 다.
샘 넌 美상원 군사위원장도 미국이 아이티에서 압도적인 군사력을 과시한 것은 북한에 좋은 교훈이 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북한에 핵사찰 의무이행을 촉구하며 미국이 이를 관철시킬 것임을 강조했다. 미국은 이번 회담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을 경우 올 봄의 군사제재쪽으로 다시 돌아가겠다는 위협이다.
이에 대해 북한은 미국의 대북군사위협이 지속될 경우 北-美회담의 중단과 핵활동을 재개하지 않을 수 없다고 경고하고 나서 새로운 긴장분위기까지 만들고 있다.
미국이 이처럼 협상의 퇴로(退路)를 막고 나선 것은 北-美회담에 대한 미국정부의 기대감이 상당히 높은 것을 의미한다.
합의에 이를 수 있는 마지막 고비라고 생각하고 회유와 위협을위한 모든 수단을 강구하고 있는 것이다.
항모전단 배치나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새삼스럽게 결의안을 통과시킨 것등이 그것이다.
11월초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는 클린턴행정부로서는 이번 회담에서 어떻게든 결말을 지어야겠다는 각오다.
북한의 폐연료봉 처리나 핵확산금지조약(NPT)연장협상등도 시간을 촉박하게 만들고 있다.
이때문에 처음으로 동해에 항공모함 1개 전단(戰團)을 배치했다.로널드 즐라토퍼 美태평양함대사령관은 지난 22일 美軍성조지를 통해 아이티 사태를 예로 들며「강력한 군사력」으로 외교를 뒷받침하겠다는 메시지를 북한에 전달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김영삼(金泳三)대통령이 이례적으로 키티호크호(號)에 승선한 것도 같은 의미다.그러나 미국의 기대처럼 북한이 쉽사리「모든 것」을내놓을 것인지는 의문이다.
북한은 이미 미국의 정책 방향을 훤하게 파악하고 있는데 항모전단을 배치한다고 쉽게 굴복하겠느냐는게 전문가들의 의구심이다.
북한은 오히려『힘과 외교를 배합해 우리에게 양보를 얻어낼 수있다고 타산한다면 그것은 오산』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회담거부 및 핵활동 재개로 인해「파국적인 상황」이 조성될 경우 모든 책임을 美군부내 강경보수세력들이 져야 한다는 것이다.
IAEA의 결의안도 거부하고,「지금까지 취한 선의적 조치」들마저 재고하겠다고 경고했다.
이런 신경전이 실제 협상 진행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는 회의적이다. 다만 회담을 결렬시켜야 할 경우 이런 비난전이 명분으로 이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제네바=金鎭國기자.高大勳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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