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섬에가고싶다>옥구 壯子島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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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할머니 말도로 가는 배를 어디서 타죠?』 『말도는 왜? 말도에 가서 뭘 해? 하늘과 바다뿐인데.』 장자도(壯子島)에서 만난 8순할머니에게 길을 묻자 할머니는 이상하다는듯 대꾸했다.
바다위에 홀로 떠있는 외로운 이 섬에서 육지로 나간다면 몰라도 섬에서 또 다른 섬으로 나간다니 잘 이해가 안가는 모양이었다. 그래도 육지에서 섬으로 돌아온 사람이 있으니 그가 부럽다.李귀성씨(56)는 군산에서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모터보트를 사가지고 고향으로 돌아온 사람이다.
그의 고향은 조그마한 어촌.문을 열면 바다가 바로 문앞에 있어 아침 일찍 보트를 타고 낚시터로 간다.불과 한두시간만에 우럭.도다리등 굵직한 것을 낚아 올수 있는 이곳은 경치도 아름답지만 자연환경이 깨끗해 여유를 갖고 살 만한 곳이 다.
장자도는 군산에서 서쪽으로 53.7㎞ 떨어져 있다.원래는 장자도와 대장도가 떨어져 있었으나 다리로 연결돼 장자도라 부른다.고군산열도중 신시도.무녀도.선유도.장자도.대장도 이 다섯 섬은 다리덕분에 이제 한개의 섬이 됐다.
장자도는 고군산열도 가운데 산세가 좋고 생활환경이 좋아 인물도 많이 나온 곳이다.아담한 항구에는 늘 어선이 모여든다.성어기에 모여든 선박의 야경은 고군산팔경의 하나로 장자어화(壯子漁火)라 부른다.
장자도엔 대장산이라는 수려한 산이 있다.선유도에 닿으면 누구나 망주봉과 선유봉에 오르고 싶어하듯이 장자도에 와서 대장산에오르지 않으면 후회하기 십상이다.
대장산은 규모에 비해 오르기 힘든 산이다.
해발 1백18m의 산이지만 오르다 숲이 깊어 몇번이고 길을 잃는 수가 있다.
그때마다 되돌아와 다시 길을 찾는다.
정상에 올라가 땀을 씻으며 멀리 비안도에서 신시도.무녀도.선유도.관리도.말도까지 한눈에 내려다보는 기분은 각별하다.
대장산은 곤충의 요람이요 낙원이다.
게까지 산에 올라와 옆걸음으로 어슬렁거리는 모습은 절로 웃음을 자아낸다.딱정벌레.쇠똥구리.개미.매미.나비.거미.여치.사마귀.무당벌레.지네.화사.독사까지 서식하고 있어 동식물에게 풍요로운 안식처임에 틀림없다.그 산 주위에는 청둥오리 .도요새.가마우지.파랑새.들새.검은머리물떼새 등이 평화롭게 살고 있다.
관리도에서 장자도로 돌아오는 도중 한 쌍의 검은머리물떼새(천연기념물 제326호)를 만났다.
붉고 긴 부리가 첫눈에 들어왔는데 처음 검은 날개와 흰 가슴을 보았을 때는 까치로 착각했다.
자세히 보니 까치보다 꼬리가 짧고 귀티가 났다.크기가 약 45㎝ 정도로 개펄에서 갯지렁이.조개등을 잡아 먹는다.
사람의 눈에 띄지 않는 무인도나 갯바위에 둥지를 틀고 알을 낳는다. 그렇지만 알을 품지 않고 햇볕에 데워진 공기의 열로 부화시킨다 하니 정말 편리하게 살아가는 새다.
***여름철 피서지로 人氣 장자도는 산과 백사장,그리고 낚시터가 많아 여름철 피서지로도 각광받고 있는데 조용한 분위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봄과 가을에 찾아가야 장자도의 진수를 맛볼 수있다. 풍랑을 고려,여유있게 일정을 잡고 여름등산때에는 독사를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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