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뷰>TV3社 추석특집 참신한 기획많아 볼거리 다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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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방송3사의 이번 추석특집 편성은 재탕.땜질 프로그램으로 가득채우던 과거의 안이한 편성에서 벗어나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는데 비교적 공들인 흔적이 나타나 명절을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청자들의 좋은 반응을 얻었다.
그러나 일부 코미디 프로는 졸속제작으로 인한 함량 미달로 억지웃음을 강요해 보는 이들의 짜증을 돋우었고 무분별한 외화 편성,방화의 재탕,시간때우기식 재방송등은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연휴기간중 특집방송 가운데 우선 간판 프로그램인 추석특집극이명절때면 단골로 등장하던 『팔도강산』식의「신토불이」홈드라마에서탈피,새로운 시도와 참신한 기획이 두드러진 것이 가장 큰 특징. KBS 『춘향전』은 극중 배역과 같은 나이의 연기자를 선정하고 신세대 감각에 맞는 빠른 템포의 극전개와 원작의 맛을 살린 뛰어난 연출력으로 참신성을 더 했고,MBC 『신사협정』도 아파트촌의 두 노인정이라는 상징적 소재와 적절한 코 믹터치로 현대사회의 노인문제를 지루함 없이 무난하게 그려냈다.
특히 SBS는 『이수일과 심순애』『아리랑』등 두편의 신파극을유인촌.박인환.최주봉등 중견 연극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력과 함께「극중극(劇中劇)」형식을 도입하는등 현대적 감각에 맞게 재구성,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MBC는 또 대만의 인기사극 『포청천』을 과감하게 편성,SF무협물이나 홍콩느와르에 식상한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느낌을 주었고,SBS도 다소 거칠기는 하지만 만화와 실제 스포츠중계를 편집해 만든 최초의 개그드라마 『영광의 그라운드』로 쏠쏠한 재미를 선사했다.
연휴기간 낮시간대에 고정적으로 편성되는 스포츠중계 또한 씨름.축구등 인기종목에 편중되던 과거와는 달리 볼링.산악자전거(MTB).여성보디빌딩.에어로빅등 다양한 종목이 방송돼 시청자의 눈을 즐겁게했다.
이른 아침이나 심야등 변두리 시간대로 밀려나기는 했지만 다큐멘터리 역시 잔잔한 재미와 함께 의미를 곱씹어 볼만한 수작들이많았다. 일본 아츠키지방의 자장가에 나타나는 3박자 리듬을 조명,한반도 음악의 일본 전래 가능성을 추적한 KBS 『삼박자』,삼남지방 주민들의 사투리를 생생하게 카메라에 담아 그 역사성을 살펴본 MBC 『사투리 기행』은 특히 소재의 참신성과 현장성이 돋보였다.
반면 연휴기간 대량으로 편성된 외화는 대부분 폭력.코미디물로시청률만 지나치게 의식하는 방송사들의 행태를 여실히 드러냈고,방화의 재탕도 많아 『미스터 맘마』의 경우 「신년영화특선」이라는 자막이 나가는 해프닝도 벌어졌다.또 연휴 3 일간에 걸쳐 전회가 재방송된 『M』은 시청자들의 앙코르방송 요청이 많았다고는 하나 끝난지 한달밖에 않된 납량물을 재방송한다는 점에서 「시간 때우기」식 편성이라는 지적을 면할 수 없다.
〈李勳範.李后男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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