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목기자의뮤직@뮤직] 이수만과 박진영 '고수들의 대리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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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미’ 신드롬을 더 이상 꺼낼 필요가 있을까. 현재 여성 아이돌 시장에서 5인조 그룹 원더걸스의 기세가 매섭다. 호사가들은 비교하기 좋아한다. 원더걸스(JYP엔터테인먼트)의 ‘텔미’와 9인조 여성 아이돌그룹 소녀시대(SM엔터테인먼트)의 ‘다시 만난 세계’가 맞붙었을 때 사람들은 SES와 핑클이 경합했던 1990년대 후반을 기억했다. 그리고 오랜만에 여성 아이돌그룹의 격돌을 흥미롭게 지켜봤다. 결과는 ‘텔미’ 신드롬을 등에 업은 원더걸스의 완승. 소녀시대 멤버들도 ‘텔미’ 노래와 안무를 재미로 따라한다고 할 정도다.

아이돌 그룹시장은 철저한 컨셉트 전쟁이다. 어떤 컨셉트로 대중의 마음을 선점하느냐가 관건이다. 사실 노래와 춤 실력은 원더걸스나 소녀시대나 비슷하다. 사람들이 원더걸스의 손을 들어준 것은 컨셉트 자체가 신선하고 친근했기 때문이다. 80년대 복고와 정감 가는 ‘촌티’를 앞세운 프로듀서 박진영의 동물적 직감이 주효했다. 그는 ‘소녀’ 이미지를 거쳐 ‘섹시’로 가는 여성 아이돌의 일반적 단계를 무시했다. 그리고 원더걸스 멤버들이 소녀와 섹시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게 했다. 사실 그렇다. 때론 공부 잘하고 깔끔한 여동생보다, 가끔 엄마 몰래 화장하고 ‘뽕짝’을 불러주는 여동생에게 더 정이 간다. 소녀시대가 KS 규격품(또는 SM 규격품) 같은 이미지인 데 반해 원더걸스는 애교와 정이 많은 말썽쟁이 이미지를 내세웠다.

원더걸스는 박진영이 만든 첫 여성 아이돌 그룹이다. 그는 아이돌 그룹 시장의 절대강자 SM엔터테인먼트에 도전장을 내밀었고, 1라운드를 승리로 장식했다. SM 측으로서는 뼈아픈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이수만(사진<左>)과 박진영(사진<右>), 둘은 한류를 이끈 국내 최고의 프로듀서다. 둘이 같은 링에 올라 맞붙은 것은 처음이다. 경쟁이 없는 시장은 정체하기 마련. 그런 점에서 박진영의 첫 아이돌 작품인 원더걸스는 의미가 있다. 90년대 빈번했던 ‘SM 따라하기’가 아닌, 독자적 전략으로 승부했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다.

가수 데뷔를 준비하던 13년 전 이수만 사장을 찾아갔다가 퇴짜를 맞고, 쓸쓸히 발걸음을 돌려야 했던 박진영. 프로듀서 간의 경쟁에서 대선배 이수만에게 일침을 놨지만, 아직 샴페인을 따기는 이르다. SM의 저력이 있기에, 2라운드에는 어떤 양상이 전개될지 모른다. 둘 간의 경쟁이 더욱 주목받는 이유다.

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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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속기관

생년

[現] JYP엔터테인먼트 대표(프로듀서 겸임)

1972년

[現] SM엔터테인먼트 이사

195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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