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선 역시 '만만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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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중국에 진출한 외국기업 가운데 후발주자들이 더 눈부신 성공을 거두고 있다.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AWSJ)은 9일 중국 시장에 먼저 뛰어든 선발 외국기업들은 뿌리를 내리기까지 갖은 고난과 시행착오를 겪은 반면 후발주자들은 손쉽게 성공하는 등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1980~90년대만 해도 외국기업이 중국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지분 1백%의 단독 기업을 세울 수 없어 비효율적이고 때로는 부패한 현지 국영회사와 합작 회사를 설립해야 했다. 각종 관료주의적 규제 탓에 설립 허가를 얻는 데만 수년을 허비했다.

다임러크라이슬러 아시아법인은 1995년 중국 정부로부터 메르세데스 벤츠 공장을 설립한다는 허가를 받았지만 현지 합작 파트너인 국영회사와 분쟁에 휘말려 아직까지 생산 공장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중국 현지에 19개의 현지 합작법인을 갖고 있는 펩시콜라도 현지 파트너인 탄산음료회사와 관계가 틀어져 법정까지 간 것이 대표적인 실패 사례다.

선발주자에 속하는 독일의 지멘스는 1989년 진출 이후 40개가 넘는 중국 자회사를 두고 있지만 대부분 합작법인이라서 3분의 2 이상 지분을 매입해 독자적인 경영권을 확보하는 데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그러나 2001년 중국 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뒤 규제를 대폭 완화하면서 상황은 바뀌었다. 지금은 외국 자본이 회사를 세우는 데 3~6개월밖에 걸리지 않는다. 소유 지분 제한도 풀려 식품.음료회사는 외국 자본만으로 회사를 세울 수 있으며 자동차사의 경우 완성차는 아직 50% 지분제한이 있지만 부품회사는 마음대로 만들 수 있게 됐다. 시장 진출 장벽이 낮아지며 후발 진입자에게 이익이 돌아간 것이다.

중국 진출 20년째인 폴크스바겐은 50%에 이르던 시장점유율이 31%로 떨어졌지만 최근에 진입한 닛산.도요타는 2010년까지 연평균 판매량을 각각 90만대와 1백만대까지 늘린다는 목표 아래 빠른 속도로 중국 자동차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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