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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첨단 제동장치 'ESP', 빙판서도 브레이크 'OK'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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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지난달 28일 스웨덴 북부 바이투덴에 있는 자동차 동계시험장-. 이곳에선 독일의 자동차부품 업체 보쉬가 개발한 최첨단 제동장치 'ESP'(차량자세제어장치.Electronic Stability Program)에 대한 마지막 테스트가 있었다. 보쉬 측 관계자와 보쉬와 기술제휴를 하고 ESP를 생산할 현대모비스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해 ESP의 성능을 꼼꼼히 지켜봤다.

동계시험장은 얼음이 2m 이상 덮여 있는 호수 위에 있었다. 보쉬의 판매담당 이사 로버트 뫼뵉은 "ESP의 진가를 알아보기 위해 섭씨 영하 35도를 오르내리는 빙판길에서 시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혹한에도 ESP의 성능은 참석자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ESP를 장착하지 않은 차를 타고 시속 60km로 달리다 브레이크를 밟으면 자동차는 방향을 잃고 서너 바퀴를 회전한 뒤 멈췄다. 실제 도로라면 중앙선을 침범하거나 길을 벗어나는 대형사고가 발생할 순간이었다. 그러나 ESP가 장착된 차량은 브레이크를 밟아도 회전 없이 몇 m 앞에서 멈춰섰다.

또 ESP가 장착되지 않은 차량은 빠른 속도로 달리다가 장애물이 출현한 것을 가정해 급커브를 틀면 제 속도를 못 이기고 핸들을 돌린 방향으로 튀어나가 본래의 진행방향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반면 ESP 장착 차량은 급커브를 틀었다가도 운전자가 의도한 방향으로 돌아왔다. ESP가 먼저 엔진의 출력을 감소시켜 자동차의 안전을 꾀한 뒤 네 바퀴에 각각 제동을 걸어 운전자가 의도한 방향으로 진행하도록 도와주었기 때문이다.

뫼뵉은 "ESP는 브레이크잠김 방지장치(ABS)와 구동력 제어장치(TCS)의 장점을 모두 갖추고 있다"며 "다임러크라이슬러와 도요타의 실험결과에 따르면 ESP를 장착하면 대형 교통사고를 50%까지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현대모비스가 보쉬의 최첨단 제동장치 ESP를 올 7월부터 양산해 국산 차종에 도입한다. ESP는 그동안 현대 에쿠스와 기아 오피러스 등 고급 차종에 장착됐지만 전량 수입품이었다. 현대모비스는 올해 하반기 출시될 현대 EF쏘나타 후속모델 NF(프로젝트명)부터 ESP를 본격 적용한다. 이후 TG(그랜저의 후속모델), 베이비 싼타페로 불리는 투싼, 기아의 VQ(카니발 후속) 등에도 장착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말 충남 천안에 연간 생산능력 1백만대 규모의 ESP공장을 준공했다.

현대모비스 기술담당 박상규 이사는 "자동차 안전에 대한 국내외 소비자들의 욕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점을 감안해 ESP를 양산하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ESP를 장착할 경우 차량 가격이 1백만원 가까이 상승해 소비자들에게 부담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차 업계는 당분간 ESP를 옵션(선택품목)으로 장착할 방침이다.

유럽에서는 이미 ESP가 벤츠와 BMW.폴크스바겐 등 운행되는 차종의 약 30%에 장착되고 있다.

바이투덴(스웨덴)=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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