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부노호 석방 숨가빴던 한·미 공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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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해군이 4일 촬영한 마부노 1, 2호의 모습. 미 5함대는 마부노호에 식량과 연료를 공급하고 의료진을 승선시켜 선원들을 치료하는 한편 예멘 아덴항 근처의 안전한 해상까지 호위할 예정이다. [미 해군 AP=연합]

174일간 소말리아 해적에 억류됐던 마부노 1, 2호 선원 24명의 피말리는 긴장감은 4일 오후 10시(한국 시간) 석방 마지막 순간까지 계속됐다.

3일 오후 1시, 우리 측과 해적 사이의 협상이 타결된 직후 인질 석방을 위해 자신들의 근거지(하라데레항)를 떠나려던 해적들은 미 해군 5함대사령부 소속 구축함의 경고 사격을 받았다. 미 5함대는 지난달 28일 일본 화물선 골든노리호 피랍 직후부터 해적 근거지를 500~600m 거리에서 밀착 감시해 왔다. 하지만 당시에는 마부노호의 석방협상 타결 소식을 접하지 못한 상태였다. 자칫 오인 사격 때문에 마부노호 선원들에게도 피해를 줄 수 있는 위기 상황이었다.

미 해군의 경고 사격에 겁먹은 해적들은 석방을 주저하며 자신들의 안전보장을 요구했다고 한다. 마부노호의 선주 안현수씨는 피랍 선원들의 석방 직후 한 언론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위협을 느낀 해적들이 한국 선원들을 방패막이로 세워 공격을 못하도록 했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하지만 마부노호가 소말리아 근해를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었던 것은 3일 오후부터 24시간 이상 계속된 한.미 간의 밀접한 군사 공조 덕이었다.

합참 관계자는 5일 "3일 오후 3시 우리 측 협상단의 요청을 받은 즉시 미 중부사령부와 미군 7함대사령부에 석방협상 타결을 알리고 협조를 구했다"고 밝혔다. 미 7함대는 한반도 근처에서 작전을 하고 있다.

합참은 미군 측에 마부노호가 나올 수 있도록 미 군함의 감시.봉쇄 조치를 풀어줄 것과 안전한 해상까지 마부노호를 호위해줄 것을 요청했다. 중부사령부는 즉시 바레인에 주둔 중인 미 5함대에 마부노호를 호위할 함정 1척을 급파하도록 지시했다. 합참 관계자는 "선원들이 석방된 직후 미군 의료진이 마부노호에 옮겨 타 건강상태를 점검하고 예멘 아덴항까지 갈 수 있는 유류와 식량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합참 관계자는 "해적과 테러집단에 비타협적 입장을 고수하는 미군이 우리 선박의 안전을 우선시해 즉각적인 협조를 아끼지 않은 것은 오랜 군사동맹 관계를 고려한 조치"라고 덧붙였다. 미군 함정의 호위를 받으며 이동 중인 마부노 1, 2호는 8일께 아덴항에 도착할 예정이다.

임장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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