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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 (53) 서울 도봉을 한나라당 김선동씨

중앙일보

입력

“국민을 두려워하고, 국민을 주인으로 모시는 정치가 되어야 합니다. 지역구 국회의원이 부패에 연루되거나 정치를 잘 못하면 주민들이 불러다 호되게 야단칠 수 있어야 하구요. 몇 년 전 개혁 성향의 일부 의원들이 ‘주민소환제’를 거론했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쏙 들어갔습니다. 당선되면 ‘주민소환제’를 꼭 관철시키겠습니다. ”

민주당 설훈 의원이 버티고 있는 서울 도봉을에 도전장을 낸 한나라당 김선동(41)씨는 주민소환제 도입이야말로 자신의 으뜸 공약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국민들을 배 부르고 등 따습게 하는 게 정치의 본령”인데, 국민들의 삶이 갈수록 버거워 져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 바람에 국가에 대한 국민들의 ‘국가사회적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얼마 전만 해도 웬만한 사람은 어느 정도 교육을 받고 나면 직장을 구했습니다. 착실히 돈 모아 결혼하고, 때 되면 승진하고, 집도 샀어요. 단계를 밟으면 당연히 그렇게 된다는 상식, 예측이 가능한 국가사회적 신뢰 시스템이 있었죠. 그런데 그 시스템이 완전히 무너졌어요. 멀쩡한 직장인이 하루아침에 노숙자로 전락하고 있고, 대학생들은 졸업해도 직장을 구할 수가 없습니다. ‘사오정’, ‘삼팔선’, ‘이태백’…. 이런 말들을 들으면 나도 언제 그런 처지가 될지 모른다는 위기의식이 국민들 사이에 팽배해 있습니다.”

YS(김영삼 전 대통령) 시절 대통령비서실에 행정관으로 근무한 이력이 있는 그에게 지금 노무현 대통령의 참모라면 어떤 조언을 하겠느냐고 물었다.

“대통령이 작업복 입고 직접 민생현장을 둘러보고, 사회의 밑바닥을 살펴야죠. 지난 1년 신당 창당이니 대선자금 수사니 하며 정쟁에 몰두하는 동안 국민들 삶이 어떻게 됐습니까? ”

청와대에서 국정경험을 쌓은 그는 그 후 신상우 국회 부의장(당시 한나라당 의원) 밑에서 일했다. 지난 대선 땐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보좌했다.

그는 정치개혁의 우선 과제로 ‘잘못된 정치구조를 바꾸는 것’을 들었다.

“정치의 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정치인들은 모두 예비 범죄자가 될수 밖에 없어요.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대선자금 문제도 본질을 꿰뚫지 않고 현상만을 쫓아서는 정치를 바꿀 수 없습니다. 이번에 구성되는 17대 국회는 국회의원들이 세비와 후원금만으로도 충분히 정치를 할 수 있도록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합니다.”

그는 또 부패에 찌든 정치권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 ‘무소유 정치’를 실천하겠다고 했다. 등원하면 임기 중 재산을 동결하고 임기를 마칠 때 재산이 1원이라도 늘어났으면 국가에 헌납하거나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다짐했다. 더 이상 정치가 부의 축적수단이 되어선 안 된다는 것. 정치 신인으로서의 각오로 그는 ‘광주리 정치’론을 폈다.

▶김선동 ‘도봉과사람들’ 대표는 지난 휴가 때 가족들과 경주 부근의 감포 앞바다를 찾았다. 이곳엔 신라의 문무대왕 수중릉(대왕암)이 있다. 그는 아들과 딸에게 “내가 죽으면 화장하여 동해에 장례하라. 그러면 동해의 용이 되어 신라를 보호하리라”고 유언한 문무대왕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고 했다. 아이들은 아빠의 이야기보다 갈매기떼에 더 관심이 있는 듯 보였지만, 철든 후 꼭 기억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아이들 앨범에 이 사진을 넣어 주었다고. 정치를 하기로 결심하면서 가장 마음에 걸리는 게 가족이었다고 김 대표는 말했다. 교육자인 부모님께 불효하는 것 같았고, 아내와 아이들에게 짐을 지우는 거 같아 결정을 내리기 힘들었다고 했다. 그는 자신의 정치 활동으로 가족들이 희생당하기를 바라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이번 총선 때 가족이 선거운동에 나서는 것도 원치 않는다고 덧붙였다.

“정치에 뛰어드는 사람들 중엔 괜찮은 사람들도 꽤 있습니다. 그 사람들에게 ‘잘 빚어진 고려청자나 조선백자가 되기보다 대나무로 짠 투박한 광주리가 되자’고 말하죠. 고려청자와 조선백자가 있어야 하듯이 이들을 담을 광주리도 필요합니다. 어쩌면 그런 광주리 노릇이 이 시대 정치인들에게 요구되는 덕목 아닐까요?”

김씨의 별명은 ‘감자바우’다. 고향이 강원도라 붙은 별명이지만, 그 스스로는 ‘토종감자’처럼 알차고 튼실한 지역일꾼이 되겠다는 뜻을 부여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발족한 <도봉과사람들> 대표를 맡고 있는 그는 18년째 도봉 주민이다. ‘사람의 정이 통하는 지역공동체’ 를 만드는 게 꿈이라는 그는 선거운동 방법으로 직접 찾아가 함께 차 마시고 대화화기를 택했다.

“차 대접 받는 후보는 저밖에 없을 겁니다. 이렇게 찾아다니다 보면 하루 종일 5명도 채 못 만나는 날도 많아요. 그래도 계속할 겁니다. 명함 뿌리고 약수터·목욕탕·장례식장을 돌며 주민들과 악수만 하면 뭐합니까? 한 분 한 분 만나 직접 듣고, 이를 바탕으로 당선되면 할 일을 계획하겠습니다.”

현역인 설 의원에 대해서는 “낙후된 도봉의 ‘지역발전전략’을 제대로 제시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스스로에 대해선 ‘새로운 도봉을 건설할 젊은 엔진’이라며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되면 획기적인 ‘지역발전 전략’을 내 놓겠다고 밝혔다. 지역 현안으로는 ▶뉴타운 및 균형개발촉진지구 지정 ▶국군창동병원 부지에 서울 북부지방법원 유치 ▶지하철 12호선 노선 연장 ▶도봉동 공원 조성 등을 들었다.

그는 여의도 입성하면 ‘국가 아젠다 의원 연구모임’을 만들어 나라의 장래를 챙기는 의미있는 활동을 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세계와 겨룰 뉴 패러다임의 정치를 시작할 때입니다. 그러려면 정치의 아젠다를 바꿀 새로운 세력이 꼭 국회에 들어가야 합니다. 불이 꺼지지 않는 의사당을 바라보며 국민들이 편히 잠들 수 있도록 국회를 바꿔 놓겠습니다.”

주 진 월간중앙 정치개혁포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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