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경수로.핵연료봉 어떻게되나-北.美베를린회담 결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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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북한에 대한 경수로 지원과 대체에너지 제공,그리고 폐연료봉 처리문제등을 실무차원에서 논의하기 위해 지난 10일부터 베를린에서 개최된 北-美 전문가급 회의가 14일 끝났다.
동시에 열린 평양회의가 예정보다 하루 먼저 끝나며 공동발표문까지 나온 것에 비하면 北-美가 경수로 문제등에 이견을 좁히지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회의가 끝난후 양측대표는 공동발표문을 내놓지 않았고 이날오후(한국시간 14일 오후5시) 베를린의 북한이익대표부와 워싱턴에서 각기 회의결과를 발표하기로 했다.
북한측 대표는 『회의가 잘 되었다』고 말했고,美측의 세이모 대표는 회의장을 나서며 『회의는 끝났다.내일 워싱턴에서 공식 성명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관련,美국무부 마이크 매커리 대변인은『베를린 회의에서 폐연료봉의 안전보장,경수로및 대체에너지 지원등에 관련된 기술적 정보를 교환했을 뿐 협상을 하거나 특정한 제안을 주고 받은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또『토의내용들이 23일 재개되는 고위급회담에 넘겨져 협상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협상 참여자들의 발언과 공동발표가 없는 점,그리고 기술적인 문제만 논의했다는 美국무부의 발표등은 협상이 성공적으로 끝나지못했음을 시사한다.
이로 미루어▲경수로 지원▲대체에너지▲폐연료봉 안전처리등 베를린에서 논의된 3개의 의제 가운데 양측이 두가지 사항에는 대체적으로 합의했으나 경수로지원 문제는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보인다.이 회의가 처음부터 북한이 핵을 동결하는 대가로 지원될경수로의 모델을 놓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벌였다.
미국은 재원을 한국이 담당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한국형이불가피하다고 계속 주장했으나 북한은 「한국형」이란 말에 심한 거부감을 보이며 「안전하고 수출실적이 있으며 성능이 검증된」 제3의 안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미국 입장을 이해하면서도 김일성(金日成)사후 한국측이보인 태도에 반발,명분에 집착한 나머지 거의 무조건적으로 이를거부해 처음부터 회담은 난항을 거듭했다.이 때문에 양측은 12일 오후부터 13일 하루종일 전체회의를 ■단한 채 세차례의 수석대표 단독회담을 개최,돌파구를 마련코자 했으나 결국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북한측의 제3의 안이 그간 북한측이 관심을 표시해온 독일형이나 프랑스형인지,아니면 성능이 개량된 러시아형 가압경수로인지의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으나 세가지 조건은 「한국형」을 피하기위한 것으로 분석되었다.
갈루치 美국무차관보가 일본에서『북한에 제공될 2기의 경수로 가운데 최소한 1기는 한국형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 것은이같은 北韓의 반대를 토대로 제3의 탈출구를 찾으려는 것으로 해석돼 주목된다.
이는 미국이 한국형 고수 입장에서 다소 후퇴,북한의 입장을 수용하기로 했거나,적어도 이를 적극 검토했을 것이라는게 현지 관계자들의 풀이다.
따라서 갈루치의 서울방문에서는 이 문제가 중점 논의될 것이며만약 미국측이 북한측 제안을 수용키로 했다면 거꾸로 이를 한국측에 설명,혹은 설득할 것이라는 게 이들의 지적이다.이 경우 설득의 골자는 물론 재정보증,즉 어떤 형태가 되 든 한국이 돈을 대라는 대통령의 친서요구가 될 것이라는게 이들의 분석이다.
베를린 회의는 양측의 이견을 조정,어떤 합의를 도출하기 위한것이 아니라 북한핵 문제의 궁극적 해결을 위해 양측의 견해나 주장을 있는 그대로 허심탄회하게 개진하는 자리였다.따라서 양측이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 해서 이번 회의를 실 패라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경수로 모델에 합의하지 못한 것은 또다시 한국과 미국,그리고 韓美간의 의견조율에 부담을 주며 23일 재개되는 제네바 고위급회담 전망을 쉽지 않게 해준다.
[서울.베를린=康英鎭기자.劉載植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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