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SUNDAY POLL] “이회창 출마 동의” 친여 계층에서 높아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34호 02면

투표를 40여 일 남겨놓은 상황에서 대선판을 뒤흔들 만한 메가톤급 변수가 돌출했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무소속 출마설이다. 이 전 총재 측이 대선 출마를 위해 내세우는 명분은 ‘우파 진영 예비 후보론’이다. “테러 등으로 이명박 후보의 신변에 문제가 생기는 비정상적 상황에 대비해 보수 진영에서도 복수의 후보가 필요하다”는 논리다. 또한 “이명박 후보가 BBK 주가조작 등 각종 의혹 때문에 불안하므로 만약을 대비해야 한다”는 논리도 포함되어 있다.

정동영 지지자 36%가 동의 … ‘이명박 對 이회창’ 구도로 급변 가능성도

하지만 이 전 총재 측의 상황논리에 대한 민심은 차가운 것으로 나타났다. 조인스-리서치앤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이 전 총재 측의 주장에 대해 55.7%가 ‘동의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반면 ‘동의한다’는 28.9%에 불과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전통적인 한나라당 지지층보다 과거 친여 계층에서 ‘동의한다’는 반응이 훨씬 높게 나온 점이다. 50대 이상(25.4%), 저학력층(22.8%), 보수(31.7%), 부산·울산·경남(24.6%)보다 20대(32.6%), 고학력층(31.7%), 진보(35.8%), 서울(35.3%)에서 동의 비율이 훨씬 높았다.

이 전 총재의 출마는 필연적으로 한나라당과 영남 보수층의 분열을 가져올 것이다. 그럴 경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범여권 후보들이 반등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마련된다. 범여권 잠재적 지지층들이 이 전 총재의 출마 선언에 기대를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정동영 지지자(36.3%)와 문국현 지지자(41.9%)에게서 유독 동의 비율이 높다는 것이 이를 입증해준다.

그러나 한국 대선 표심의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는 40대(30.3%), 화이트칼라(33.9%), 중도(31.1%)층에서도 동의 비율이 전국 평균보다 높았다. 친여 계층의 기대와 달리 선거구도가 이명박-이회창 구도로 급변할 수 있는 잠재력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정동영 후보가 지지율 20%에 묶이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을 염려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편 정당 추천 대통령 후보의 경우 등록 마감 5일 이후 유고가 발생하면 해당 정당은 후보 없이 선거를 치르게 되어 있다. 이같은 현행 공직선거법 제51조의 개정 여부에 대해선 ‘지금이라도 여야가 합의해서 개정해야 한다’는 응답이 48.2%로 나타났다. ‘시간이 촉박하고 극단적인 상황을 가정했으므로 개정할 필요가 없다’는 응답은 31.1%였다.

선거법이 어떻게 규정되어 있느냐에 따라 선거가 발전할 수도 있고 또 퇴보할 수도 있다. 만약 특정 후보가 불합리하고 왜곡된 선거법 덕분에 어부지리 승리를 한다면 이는 진정한 승리로 보기도 어렵다. 선거를 통해 정통성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여야는 선거 민주주의를 반석 위에 올려놓는다는 심정으로 자신의 유·불리를 떠나 불합리한 선거법을 조속히 개정하는 성숙함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