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공황 촉발제였던 在庫의 추억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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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호 10면

역사적으로 경제공황을 촉발시켰던 것은 재고였다. 미국의 대공황 때도 과잉 생산된 자동차 재고로 기업이 타격을 받으면서 주식시장 등이 요동을 치기 시작했다. 우리의 외환위기 때도 실물경제 측면에서 보면 마찬가지였다.

이런 관점에서 요즘 현장경제 스케치를 해보면 눈길을 끄는 장면이 하나 있다. 과거 백화점·할인점 창고에 산더미같이 가득 쌓여 있던 겨울 옷가지가 이젠 그리 많지 않다. 왜 그럴까? 생산업체 창고에 쌓여 있겠지라고 생각했지만 그렇지도 않았다.

직접 생산공장 안을 들여다보니 그제야 궁금증이 풀렸다. 경기도 부천에서 고급 여성의류를 생산하는 동원실업의 공장 안에서는 요즘 겨울옷 생산이 한창이다. 딱 10년 전 이맘때 봤던 장면과는 정반대였다. 의류 생산은 원래 계절보다 6개월이 앞섰다. 한마디로 겨울이면 여름옷을 만들고, 여름이면 겨울옷을 만드는 시스템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겨울철에 겨울옷을, 여름철에 여름옷을 만드는 체제로 바뀌었다고 한다. JIT(Just In Time·적기생산방식)로서 가능하면 재고 없이 생산한다. 동원실업은 베네통 등 유명 대기업에 고급의류를 납품하는 하청업체다. 말이 좋아 하청업체지 구멍가게 같은 공장이다. 그런데도 ‘첨단 재고관리 시스템’으로 움직이고 있다. 화학·기계·전자업체 등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10년 전 외환위기를 겪고 난 뒤 한국 경제는 이렇게 구석구석까지 업그레이드 됐다.

눈을 돌려 요즘 글로벌 경제를 보면 심상치가 않다. 이달 들어서도 여전히 국내외의 주가·환율·유가가 혼란스럽게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향후 경제에 대한 낙관론과 비관론이 팽팽할 정도로 불투명하다. 이럴 때일수록 원론과 원칙을 길라잡이로 삼을 필요가 있다.

사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 등으로 다시 불안하게 움직이는 미국 경제의 영향을 우리라고 피할 수는 없다. 하지만 한국 경제구조는 손쓸 틈 없이 뿌리째 뽑혔던 10년 전 외환위기 때와는 크게 달라졌다. 또 현재까지 통계청 경제지표를 봐도 제조업 재고 지수 등에 별문제가 없다. 무슨 대공황이나 올 것처럼 요즘 주가·환율·유가 그래프가 폭등·폭락하기에 하는 소리다.

▶지난 주

31일 환율 900원 붕괴=미 금리 인하를 앞두고 달러 매도로 원·달러 환율이 1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장중 한때 달러당 800원대로 떨어졌다. 환율 하락에 1인당 국민소득이 어부지리로 2만 달러를 돌파할 가능성도 커졌다.
2일 미 10월 고용 지표=비농업 부문 고용이 예상치를 넘어 한 달 동안 16만6000명 늘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 여파가 아직은 노동시장까지는 전파되지 않은 것으로 판단돼 이날 뉴욕 증권시장에 호재로 작용했다.
 
▶이번 주

5일 고액권 인물 선정=한국은행이 2009년에 발행할 고액권 지폐의 등장인물을 선정한다.
8일 콜금리 결정=한국은행이 금융통화운영위원회를 연다. 경기둔화 및 환율하락 우려로 금리 인상은 어려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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