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테리어 완성하는 빛의 예술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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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호 23면

1. 로버트 두들리 베스트가 디자인했고 1930년대에 처음 생산된 베스트라이트(Bestlite). 인엔에서 판매

부쩍 쌀쌀해진 날씨에 주부들의 마음은 들썩인다. 외출해서 돌아와 현관에 들어설 때마다 느껴지는 썰렁한 기운, 저녁이 되면 더욱 춥고 밋밋하게 다가오는 집 안을 포근하고 생기 있는 분위기로 바꾸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아진다. 그렇다고 계절마다 집을 다 뜯어고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가구나 커튼, 침구 등 흠잡을 데 없이 좋은 것들이라면 괜한 욕심으로 바꿀 필요는 더더욱 없다. 이럴 때 집 안에 빛을 발할 수 있는 훌륭한 도구가 바로 ‘조명’이다.

주연보다 빛나는 조연, 부분 조명
인테리어 디자이너들은 ‘조명은 인테리어의 완성’이라고 말한다. 최고급 자재로 지어지고, 세계적인 유명 디자이너의 가구와 소품들로 꾸며놓은 집이라도 어떤 조명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느냐에 따라 공간 분위기는 아주 달라진다. 가구는 공간의 분위기를 좌우하며 조명은 그것을 완성시킨다.

그런데 지금 이 순간, 조명이라고 하니 물끄러미 천장 조명을 올려다보고 있지는 않은지. 생활 수준이 높아지고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 또한 지대해지면서 조명을 대하는 태도도 많이 세련되어지긴 했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조명에 대해 한정적으로 생각하고 감각 또한 인색하다. 위로부터의 빛에 너무 익숙한 탓이다. 게다가 형광등 조명에 대한 친밀도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다. 지금부터는 천장에 달린 메인 조명은 잠시 잊자. 그 대신 공간 전체를 훤히 밝히지는 못하지만 그보다 적은 빛으로 공간 연출에 묘미를 주는 ‘부분 조명’에 관심을 갖고 집 안을 제대로 밝혀보도록.

(사진 왼쪽부터 세 개)필립스탁이 디자인한 아치문 베이스 한룩스, 루미에르(Lumiere) 웰즈, 테이블 램프 로고2(LOGO 2) 아르마니 까사올라이트 전 전시작(사진 네 번째 부터) 조 콜롬보 디자인의 스파이더(Spider),비코 마지스트레티 디자인의 에클리스(Eclisse),폴 헤닝슨 디자인의 PH 램프

그렇다면 부분 조명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가장 쉽게 설치할 수 있는 게 스탠드형 조명이다. 이것은 테이블 위에 둘 수 있는 키 낮은 테이블 스탠드와 그대로 세워 둘 수 있는 키 큰 플로어 스탠드로 분류된다. 별도의 전기공사 없이 콘센트만 있으면 얼마든지 사용 가능하고, 위치 이동이 간편해서 불을 켜지 않더라도 인테리어 소품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플로어 스탠드 조명의 경우 빛을 천장 쪽으로 향하게 하면 실내가 아늑하게 보이는 효과가 있다.

올라이트 전 전시작1. 물에 띄워 사용할 수 있는 헥터 세라노의 워터프루프(Waterproof) 램프

천장이나 보에 줄을 이용해 매다는 펜던트형 조명은 천장이 높지 않은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식탁 조명으로 많이 사용된다. 이 조명을 설치할 때 가장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은 높이. 빛이 눈에 직접 들어오지 않도록 시야 범위보다 조금 높은 위치가 적당하다.

2. 라이오넬 테오도르 딘의 크리퍼스(Creepers) 3. 고이치 오카모토의 풍선 램프 4. 브릿 레슬러의 헤드라이트(Head light) 5. 구름과 태양을 모티프로 한 가즈히로 야마나카의 작품 ‘런던 at 5pm’

보통 ‘브래킷’이라고 불리는 벽 부착형 조명은 완전한 간접 조명 형태로 빛이 천장과 벽에 반사돼 공간에 퍼지므로 은은하고 부드러운 분위기를 연출하기에 좋다. 또한 벽면 장식의 텍스처를 한층 극대화시키는 역할도 한다. 이외에도 바닥에 두어 신비롭고 드라마틱한 세련된 공간을 연출할 수 있는 바닥 조명, 강조하고 싶은 부분을 도드라지게 보이도록 포인트 역할을 하는 스포트라이트 등 다양한 부분 조명이 있다.

고정관념을 벗은 조명 인테리어
“다양한 조명을 설치해라. 그리고 분위기에 맞춰 조명을 세팅하고 즐겨라.” 조명 디자이너이자 인테리어 디자이너인 장형덕 실장(A% 스튜디오)의 말이다. “기술이나 수치로만 조명을 선택하지 마세요.” 개인의 생활과 패턴이 밝기의 기준표보다 훨씬 중요하니 자신의 주관적인 눈으로 밝고 어두움, 조명의 종류와 위치를 결정하라는 게 그의 조언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는 게 급선무다. 침대 옆에는 왜 꼭 사이드 테이블을 두고, 그 위에 테이블 스탠드 조명을 두어야 할까? 브래킷 조명을 침대 양쪽 벽면에 달면 은은하게 퍼지는 불빛으로 침실에 편안하고 로맨틱한 분위기를 더할 수 있다. 벽지의 컬러와 패턴까지 신경 쓴다면 그 효과는 더욱 업그레이드될 것이다. 거실은 좀 더 다양한 조명을 함께 사용할 수 있고, 재미있는 시도를 해볼 수 있는 공간이다.

플로어 램프를 세워두는 데만 그치지 말고 소파 옆 사이드 테이블 위에 테이블 스탠드 조명을 두거나, 아무 장식 없이 허전한 벽면에 위트 있는 디자인의 작은 브래킷 조명을 여러 개 설치한다면 공간에 개성 있는 표정을 만들 수 있다. 바닥 조명을 두거나, 거실에서 창을 통해 바로 보이는 베란다 중앙 천장에 펜던트 조명을 설치하는 것도 집주인의 탁월한 디자인 감각을 돋보이게 하는 연출법이다.

가족 구성원의 성격과 라이프스타일의 특징, 집 안의 전체적 분위기를 고려해야 하는 것도 조명 선택 시 빼놓을 수 없는 포인트다. 아무래도 이것이 어렵게 생각된다면 라이프스타일과 공간별 컨셉트에 맞는 조명을 전문가에게 컨설팅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토털 인테리어 솔루션을 제공하는 LG화학의 프리미엄 브랜드 디스퀘어(www.dsquare.kr,02-2037-0001)의 경우, 구성원의 개성과 연령 파악은 물론 각 공간별로 상황에 맞게 조명 인테리어와 디자인을 설계해 준다. 하나뿐인 자신만의 조명을 제작해 주기도 하고, 조명 온도와 밝기를 사람 심리 상태에 따라 알맞은 상태로 적용시켜 공간의 조도를 변화시키는 신개념 ‘감성조명’ 시스템을 제안하기도 한다.

빛을 디자인하는 조형 작품
조명은 인테리어 소품으로서의 역할도 하기 때문에 구입 시 매우 신중해야 한다. 최근 몇 년 동안 인테리어 트렌드를 이야기할 때 빠짐없이 등장하는 문구가 ‘믹스 앤 매치(Mix & Match)’다. 더 이상의 스타일 구분은 무의미하며 스타일링에 있어서도 정해진 공식은 없다는 얘기다.
조명도 예외는 아니다. 디자인은 물론 사용하는 소재에 있어서도 믹스 앤 매치가 적용된다.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세 가지 소재가 어울려 하나의 멋진 조명을 만들어낸다. 최근 조명 디자인의 경향을 살펴보면 최대한 장식을 절제한 미니멀 디자인이 대세인 듯싶다. 이것은 단순한 모던 스타일과는 차별화된다. 클래식하거나 로맨틱한 실루엣을 지키면서도 단순미가 돋보이는 제품들이 많다. 기발한 아이디어와 위트가 담긴 디자인 조명들의 인기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요즘에는 ‘명품’ 혹은 ‘작품’이라 칭할 만한 세계 유명 디자이너의 조명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잉고 마우러, 베르너 팬톤, 이사무 노구치, 필립스탁 등 디자이너의 이름만으로도 가치가 더해지는 이들의 디자인 조명은 집 안을 갤러리로 만들기에 충분하다. 무엇보다 수년, 수십 년이 흘러도 높은 가치를 인정받게 될 작품을 소장한다는 것은 경험자만이 알 수 있는 가슴 설레는 뿌듯함, 만족감이다.

이렇게 볼수록 탐나는 디자이너의 조명 작품들을 한자리에서 만나고 싶다면 지금 당장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www.designmuseum.kr)으로 떠날 채비를 하자. 11월 2일부터 28일까지 베르너 팬톤, 조 콜롬보, 프랭크 게리, 이사무 노구치 등 한 세기를 풍미한 디자이너들과 가즈히로 야마나카, 마크 매케나와 로저 스티븐스, 다케히로 안도 등 실험적이고 독특한 작품을 선보이는 ‘올라이트(all light!-all right?)’전에서 21세기 디자이너들의 조명 작품들을 볼 수 있다.

세계 유명 디자이너의 작품을 감상하는 동안 조명을 바라보는 눈은 한층 업그레이드될 것이다. 부디 그 감동이 집 안으로 이어져 빛나는 조명 연출로 깊어가는 가을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기를 바란다.


도움말 송재영, 이규홍(디스퀘어), 김두상(한룩스)
참고서적 "조명 데코 아이디어 101"웅진 리빙하우스
협찬처 아르마니 까사 02-540-3094, 웰즈 02-511-7911, 인엔 02-3446-5102, 카르텔 02-548-3467, 한룩스 www.hanlux.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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