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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 전 총재 출마하려면 2002 대선 잔금 의혹 풀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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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이명박 대통령 후보의 측근인 이 총장은 "대선자금 수사 때인 2003년 기자회견에서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으며 감옥에 가더라도 제가 가야 마땅하다'고 했던 이 전 총재는 대선 출마를 선언하기 전에 국민에게 지은 죄를 언제 사면 받았는지에 대해 먼저 말하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이 후보 측 핵심 인사가 이 전 총재를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서자 양측의 갈등은 가팔라지고 11월 대선 정국은 요동치기 시작했다.

이 총장은 특히 "(2003~2004년 대선자금 수사 당시 당 대표였던) 최병렬 전 대표가 대선자금과 관련된 일련의 내용들을 깨알같이 메모한 수첩을 보관 중이고, 나도 본 적이 있다"며 "이 전 총재가 연관됐을 수 있는 의혹들이 담긴, 폭발력 있는 수첩인 만큼 최 전 대표는 즉시 내용을 공개해 진상을 밝히라"고 강조했다.

이 총장은 "선거를 48일 앞두고 모든 당원이 살얼음판을 걷는 듯 정권 교체를 위해 앞만 보고 나가는 상황에서 '차떼기'의 책임자임을 인정했던 이 전 총재의 애매모호한 태도가 국민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라며 "대선에 출마하려면 그 계획을 하루빨리 밝혀 떳떳하게 정치하라"고 이 전 총재를 비난했다.

이에 대해 이 전 총재 측 이흥주 특보는 "엊그제는 이명박 후보가 '함께 힘을 합치자'고 하더니 오늘은 사무총장이라는 사람이 제 얼굴에 침 뱉기를 하고 있으니 도대체 뭐가 진심이냐"며 "이렇게 막가는 행태가 한나라당의 대선 운동에 어떤 도움이 되느냐. 평상심을 찾기 바란다"고 맞비난했다.

이 특보는 "'차떼기'라는 것은 당의 후보를 포함해 정치권에 몸담고 있는 모든 사람의 원죄"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전 총재가 다음주에 (대선 출마 여부와 관련해) 모든 것을 정리해 '국민에게 드리는 말씀'을 발표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명박 후보가 보수 세력을 결집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특보는 "이 전 총재가 우파의 힘을 모아 좌파정권을 종식시키기 위한 결단을 내릴 것"이라고 말해 '이회창 출마'가능성을 시사했다.

서승욱 기자

☞◆'최병렬 수첩'=이방호 총장이 언급한 수첩은 올 5월 최 전 대표의 중앙SUNDAY 인터뷰에서 등장했다. 인터뷰 도중 최 전 대표가 검은색 수첩을 꺼내 든 것이다. 최 전 대표는 "대검 중수부에서 2004년 총선을 앞두고 대선 잔금 문제를 발표한다고 했다. 이 전 총재와 한나라당을 분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총선 전 관훈토론회에서 내가 대선 자금 얘기를 하려고 했고, 일부 내용이 보도되자 이 전 총재와 가까운 의원들이 나보고 물러나라고 하더라. 내가 대표직 사퇴 결심을 굳힌 계기는 대선자금과 관련된 문제였다"고 말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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