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 영화천국] 관객 수 왜 들쭉날쭉 한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8면

Q: '실미도'가 '친구'의 흥행 기록을 깼다고 한다.그런데 '친구'의 전국 관객 수가 기사마다 8백18만명,8백20만명 등으로 제각각이다. 왜 그런가.

A: 먼저 고백부터 해야겠다.'○○영화 전국 관객 몇백만명' 하는 기사 쓸 때마다 심사가 불편하다는 것을. 우리의 관객 수 집계는 1백m 달리기 전국 선수권 대회를 하는데 선수마다 알아서 잰 기록을 모아 순위를 정하는 격이다. 영화사의 '양심'을 믿고 그들이 주는 자료를 그대로 보도하는 것이다. 왜냐. 매표 상황이 한눈에 잡히는 전산망이 없기 때문이다.

'친구'의 정확한 관객 수치도 하느님만 아신다. 제작사가 밝힌 건 8백19만1천명. 8백20만명은 이를 반올림한 수치다. 이밖에도 8백18만명, 8백25만명 등 '설(說)'이 많다.

주범은 속칭 '우라'로 불리는 '단매' 배급 방식이다. 서울(경기).대구.부산.광주.대전 등 5개 권역을 제외한 중소도시의 영화 배급(유통)권을 통째로 지방업자에게 파는 것이다. 이때 넘기는 금액을 대충 관객 수로 환산해 집계에 포함한다. '1천만원이면 몇명'하는 식이다. 세살 먹은 아이가 봐도 부정확할 수밖에 없는 계산법이다.

'우라'는 왜 있나. 전국 극장을 일일히 관리하려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크기 때문. 극장 입장에선 되도록 관객 수를 줄여서 보고해 '삥땅'을 치고 싶은 유혹을 느낄 수 있다. 배급사가 이를 막으려면 사람을 사서 감시할 수 밖에 없지만 이 비용이 엄청나다. 그러니 속 편하게 아예 일괄 판매하는 거다. 시골 극장까지 모두 '중앙'컴퓨터에 연결돼 티켓 한장 팔 때마다 기록된다면 만사 해결될 일이다.

보다 못해 영화진흥위원회가 올해부터 극장 통합전산망 사업에 나섰다. 하지만 대다수 극장의 불응으로 신통치 않다. 전산망이 껄끄러운 극장들의 속내야 여러분도 눈치채셨으리라. '편당 관객 1천만시대'의 이 부끄러운 현실을 속시원하게 해결해줄 사람 누구 없을까.

기선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