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틴경제] Q : 물 산업이란 무엇이고 왜 중요한가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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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물 산업이란 무엇이고 왜 중요한가요

A : 상하수도, 바닷물 담수화 사업같이 물을 공급하고 깨끗이 하는 일이죠

틴틴 여러분, 혹시 전래 우화 가운데 ‘봉이 김선달’을 기억하고 계신지요?

대동강에서 물을 긷는 물장수들을 동원해 마치 물세를 받는 것처럼 한양 상인들을 감쪽같이 속였다는 이야기 말이에요. 주인공인 김 선달은 4000냥이란, 당시로선 엄청나게 큰돈을 받고 대동강의 물을 사용할 권리를 팔아 치웁니다.

당대의 세태를 풍자한 이 구전 설화에서 김 선달은 천하의 사기꾼으로 통합니다. ‘물이란 재화는 공짜’라는 인식을 바닥에 깐 생각이지요. 하지만 오늘날 물 관련 비즈니스는 석유보다 부가가치가 더 큰 유망 사업으로 화려하게 변신하고 있습니다. 물을 다스리는 사업이 그야말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떠오르는 셈이죠. 당장 집 주변 가게에서 파는 생수 제품의 가격표를 보세요. 웬만한 음료수 가격과 비슷하거나 혹은 비쌀 때도 있지요. 이것만 봐도 물 비즈니스의 수익성과 잠재력이 얼마나 큰지 짐작할 수 있을 거예요. 이 모두가 물이 귀한 시대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죠. 전 세계적으로 수자원이 급속히 고갈되는 데다 남아 있는 물마저 점차 오염되고 있어요.

실로 물 부족 현상은 상상 이상으로 심각합니다. 유엔에 따르면 2025년께면 전 세계 인구 중 27억 명이 식수 부족 상황을 맞게 됩니다. 비슷한 시기에 전 세계에서 다섯 나라 중 하나꼴로 심각한 물 부족 사태를 맞게 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도 있습니다. 수질 오염도 이미 위험 수위를 넘어섰습니다. 전 세계 11억 명이 안전한 물을 마시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또 해마다 500만 명 이상이 나쁜 물을 먹고 탈이 나는, 수인성 질병으로 숨지고 있습니다. 이는 같은 기간 전쟁으로 인한 사망자의 10배에 달합니다.

이런 연유로 전문가들은 “ ‘물 쓰듯’ 물을 사용하는 시대는 이제 끝났다”고 입을 모읍니다. LG경제연구원의 유호현 선임연구원은 심지어 “20세기 전쟁의 대부분이 석유를 얻기 위한 것이었다면 21세기 전쟁은 물을 얻기 위한 게 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물 산업은 말 그대로 물을 찾거나 공급하고 또 사용한 물을 처리하는 것까지를 통틀어 일컫습니다. 여러분이 잘 아는 상하수도 사업을 비롯해 바닷물을 민물로 만드는 해수 담수화 사업이나 생수 제조업이 대표적인 물 사업이죠. 특히 상하수도 사업은 전체 물 사업의 80%를 차지할 정도로 덩치가 가장 큽니다.

전문가들은 한 발 더 나아가 물 사업에 필요한 각종 설비 생산과 약품 제조, 기술 개발도 광의의 물 사업으로 분류합니다. 물 사업 성장세도 무섭습니다. 전 세계 관련 산업 규모는 이견은 있지만 연 5∼6% 커집니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05년 2500억 달러인 전 세계 물 비즈니스 규모는 올해 3650억 달러, 2012년엔 4950억 달러에 이를 전망입니다. 하지만 전 세계 물 사업은 선진국의 몇몇 대기업이 좌지우지하는 상황입니다. 일찌감치 물의 중요성을 깨닫고 관련 사업에 먼저 뛰어든 덕분이지요.

세계 10대 물 기업 가운데 프랑스 베올리아와 독일의 알베에(RWE), 스페인의 아그바(Agbar) 등 9개사가 유럽 국적입니다. 가장 큰 베올리아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100개국에 진출해 1억 명 이상에게 ‘물 서비스’를 펼칩니다. 이 회사는 물 사업만으로 연 15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립니다. 물론 다른 나라들이 뒷짐만 지고 있지는 않아요.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 독일의 지멘스 등은 공격적으로 관련 기업들을 사들이는 인수합병(M&A) 전략으로 맹추격에 나섰습니다. GE의 이멜트 회장은 “2010년까지 물 사업에서 10조원의 매출을 올리겠다”고 공언할 정도로 큰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다행히 물 사업 부문의 ‘변방’ 취급을 받던 우리나라도 서서히 주목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두산중공업은 바닷물을 민물로 만드는 담수화 플랜트 부문에서 세계 1위 업체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러나 기술과 시장 점유율 면에서 국내 물 관련 업체들이 갈 길은 멉니다.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이 물 사업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과감한 M&A 전략과 연구개발(R&D) 투자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틴틴 여러분도 물을 하찮게 여기지 말고, 아끼고 유용하게 활용하는 지혜를 키우는 게 좋지 않을까요.

표재용 기자

정부서 새 성장 동력으로 뽑았어요 세계 10대 '물기업' 키우기 나섰죠

국내 물 산업 현주소는

우리 기업과 정부도 물 산업의 중요성에 눈을 뜨고 있어요.

환경부는 6월에 물산업육성과를 만들었어요. 앞서 지난해 2월에는 2015년까지 국내 기업 두 곳을 세계 10대 물 기업으로 키운다는 ‘물산업 5개년 정책’도 내놨고요. 수출 전략 산업으로 키우겠다는 거죠. 하수도 사업이 일부 민영화에 들어간 데 이어 상수도 사업도 2012년까지 민간 기업에 개방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기업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어요. 코오롱그룹이 눈에 띕니다. 이웅렬 코오롱 회장은 4월 기자간담회에서 “2015년까지 물 산업 매출을 2조원까지 끌어올려 세계 10대 물 기업으로 진입하겠다”는 포부를 비쳤어요.

물 산업을 그룹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는 말입니다. 이를 위해 사업 영역을 다양화하고 있어요. 코오롱건설은 상하수도 처리장을 짓고 지난해 11월 인수한 환경시설관리공사는 민영화한 하수처리장을 운영합니다. 환경시설관리공사는 국내 하수처리시설의 20%를 관리합니다. ㈜코오롱은 각 가정과 상하수 시설 및 처리장을 이어주는 상하수도관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기존의 금속이나 PVC관에 비해 압력에 잘 견디는 우수한 유리섬유 복합관(GRP관)을 생산하겠다는 거예요. 코오롱생명공학에서는 상하수 처리장에서 쓰는 약품도 만들죠.

삼성엔지니어링과 대우건설·태영·GS건설도 물 사업 분야에 큰 관심을 갖고 적지 않은 자금과 인력을 투입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기업과 정부가 물 산업에 관심을 기울이는 데는 이유가 있어요. 상하수도 처리장을 짓고 여기서 처리한 물을 각 가정이나 건물로 보내주는 상하수도관을 까는 데는 많은 돈이 든답니다. 정부의 예산이 부족한 개발도상국 등에서는 하기 힘든 사업이에요. 때문에 가난한 나라에서는 기업이 투자를 해 이런 시설을 지어줄 경우 30∼50년 동안 수도요금을 걷을 수 있는 권리를 줍니다. 그 기간이 지나면 그 시설을 정부에 맡기지만 그때까지는 경쟁자 없이 돈을 벌 수 있는 셈이죠. 실제로 프랑스의 베올리아라는 회사는 중국 상하이 푸둥 지구의 상수도 시설을 짓고 50년 동안 사업을 할 수 있는 권리를 얻었답니다.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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