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교수평가제의 당위성-교육도 연구도 경쟁체제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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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최근 우리 대학이 안고있는 가장 큰 고민은 다가오는 21세기에 국가발전의 주도적 역할을 담당할 수 있는 창의적이고 순발력을 갖춘 유능한 인재를 키우기 위해 대학이 어떤 모습으로 탈바꿈하느냐 하는 문제다.
이런 시대적 요구 외에도 머지않아 외국의 대학이나 전문학원들이 물밀듯이 들이닥쳐 국내 대학과의 경쟁이 큰 쟁점이 될 때 우리 대학이 국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대학의 질을 높이는 일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제부터는 교수와 학생의 질적 수준 향상을 위한 묘안이 있어야만 대학은 자기가 안고 있는 고민을 해결하게 된다.
솔직히 말해 지금까지 대학교수 평가제도는 유명무실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지금까지 양적 성장속의 대학사회에서 교수 평가의 필요성이 절실하지 않았고,또한 평가 기준도 모호해 안이한 평가가 실시되어 왔다.
그러나 사회의 가시적 변화,과학기술의 급속한 발전,국제 경쟁력,우루과이라운드(UR)이후의 세계화 추세,다가올 21세기를 대비하는 사회구조및 산업구조의 변화전망등 모든 여건이 대학으로하여금 폐쇄적 학문세계에 칩거하기 보다는 교육과 연구에서 경쟁체제로 변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때문에 대학의 고민이 생기는 것이며,그 고민을 해결하기 위한 첫걸음으로 교수평가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당위성이 제기된다.
교수평가제 도입에 크게 반발하는 교수는 별로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다만 교수평가제의 성공적인 시행을 위해서는 그 기준이획일적이거나 평가 자체가 요식행위로 그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평가 결과에 대한 책임도 물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또 올바른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여건 조성이 시급하다.텅빈 실험실만을 마련해 주고 거기서 훌륭한 연구논문이 나오기를 기대한다든가,충분한 문헌 제공을 하지않고 인문.사회분야의 연구결과를 바라는 것은 마치 비료도 주지않은 과일나무에 열매맺기를 기다리는 어리석음과 같은 이치가 될 것이다.
교수평가제 도입은 따라서 여건이 성숙된 분야.학과 또는 대학부터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교수평가 기준은 각 분야의 특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그 분야 교수 스스로 평가기준을 설정해야 할 것이나,다만 그 기준은 공개돼 타분야 또는 타기관과 비교 검토되어 서로 우열이드러나도록 해야 평가제의 본뜻이 분명해질 것이 다.인문계통 교수를 평가하면서 이공계 교수와 같이 논문 편수나 논문이 실린 학술지로만 기준을 삼는다면 문학하는 교수들은 설 땅을 잃을 것이다. 대학이나 정부의 재정적 지원도 필수적이다.교수들이 연구에 전념할 수 없는 여건이 계속되는한 교수 연구의 질적 제고를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사회 일각에서 대학을 무사안일하게 지낼 수 있는 곳으로 인식하고 있는 현실을 타파하기 위해서도 교수사회는 뼈를 깎는 아픔을 딛고 미래지향적 평가제 활용과 그 공개를 통해 대학이 안고있는 고민을 풀어가는 용기를 보여주어야 한다.
◇필자 약력▲서울大 물리학과 졸업▲美 유타大 이학박사▲美 시카고大 연구원▲서울大 교수.연구처장.자연대학장▲교육개혁위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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