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주의쿠바의고민>3.폐쇄체제 그래도 북한보다는 낫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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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여러 면에서 닮은 꼴로 비교되는 북한과 쿠바중 실제로 더 어려운 쪽은 어딘가.북한에서 5년간 외교관으로 근무하다 지난 해귀국한 카라스씨는『그야 물론 쿠바가 낫지』라고 잘라 말한다.
『북한은 한마디로 숨이 탁탁 막히는 폐쇄체제다.그에 비하면 쿠바는 훨씬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편이다.목숨을 건 탈출이 줄이을 정도로 쿠바경제가 최악의 상태로 빠져들고 있지만 북한경제도지금쯤은 말이 아닐 것이다.물론 북한 인민이 쿠 바 인민보다는부지런하다.그러나 기름부족을 비롯한 심각한 物資難엔 속수무책일테니까.』 그는 북한과 쿠바를 同級의 반열에 놓고 말하는 것 자체를 매우 불쾌해 하는 표정이었다.
『쿠바에는 카스트로 동상이라고는 단 한개도 없다.金日成같은 신격화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물론 쿠바도 북한과 함께 사회주의체제를 끝까지 고수하고 있긴 하지만 변화나 개방속도에 있어 북한보다는 그래도 쿠바가 빠르고 적극적이다.』 또 한사람의 북한경험자는 이렇게 덧붙였다.
『북한의 폐쇄체제는 金日成이나 金正日의 문제만은 아닌 것 같다.북한인민들의 기질 자체가 배타적이고 폐쇄적이다.平壤에 사는동안 한번도 북한사람들의 집에 초청받아 본 일이 없었다.외국사람들과는 아예 상대하지 않으려는 것이 지배적인 분 위기였다.』이들의 말만으로 북한과 쿠바를 정확하게 비교할 순 없을 것이다.그러나 분명한 것은 현재 쿠바경제가 겪고 있는 目不忍見의 물자난을 북한도 유사하게 겪고 있을 것이라는 점과 북한이 쿠바보다도 더 폐쇄적인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는 점만은 간접확인이 된셈이다. 사실 오늘의 쿠바사회는 그들의 독재자 피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의장에 대한 비방만 않는다면 별로 걸리적거리는 것이 없다.이미 사회주의 체제를 청산한 東유럽권이나 일찍이 도이모이(개방정책)의 길을 걷기 시작한 베트남등에 크게 뒤지지 않을 정도로 자유스런 분위기다.물론 그것은 번영을 만끽하는 자유라기보다는 체제붕괴와 함께 감시와 통제의 사슬이 저절로 녹슬고 끊어지면서 빚어지고 있는「씁쓸한 자유」다.
그러나 쿠바가 변하고 있다는 점은 어디서나 발견할 수 있다.
최근 카스트로 정부가 발표한 새로운 정책만 해도 북한과는 차원이 다르다.
다른 사회주의 국가들에 비해 비록 늦긴 했어도 자본주의적 경영방식 도입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고 있는 것이다.일반국민들에게달러보유를 허용했는가하면 외국과의 기업합작에 갑자기 열을 올리기 시작했다.
외국인들이 투숙하는 관광호텔에서는 미국의 각종 TV프로그램을거리낌없이 시청할 수 있다.미국의 대표적인 성인용 유선방송인 HBO를 비롯해 스포츠와 쇼 프로그램,심지어 카스트로 정권을 비판하는 CNN방송까지 들을 수 있다(8월말부터 CNN만 방영이 중단됐다).
뭐니뭐니 해도 쿠바의 대표적인 변화는 관광산업에서 찾아야 할것이다.유명 해수욕장인 북부해안의 바라데로와 남쪽의 작은 섬 카요라르고 같은 곳에 가면 완전히 별천지다.
앞서의 카라스씨 말을 인용해 보자.
『바라데로 해안은 북한의 金剛山에 비견되는 쿠바의 자랑거리다.이곳에는 아무런 통제도 없다.한마디로 쿠바가 아니다.어떻게 하면 외국인들이 실컷 즐기며 달러를 많이 쓰고 갈 수 있도록 하겠는가만을 염두에 두고 철저하게 자본주의식으로 장 사를 하라는 것이 카스트로가 내린「통제」라면 통제다.』 말끝마다 북한과의 對比를 잊지 않는 카라스씨의 열변에서 쿠바사회의 변화 속도가 대단히 미흡하지만 그래도 북한보다는 빠르게 진전되고 있음을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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