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전문가가 본 TV 아동프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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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TV를 보고 있는 아이에게『이제 그만 보고 밥 먹자』라고 했을 때 선뜻 TV를 끄고 밥상 앞에 오는 아이가 있을까.먹는 것보다도,친구랑 노는 것보다도 더 좋은 TV.TV는 어떤 마력을 지녔길래 아이들의 마음을 통째로 빼앗아버리는 것일까.
TV는 라디오나 책보다 정신적인 부담 요소가 적다.영상이 제공되기 때문에 말과 글에 대한 이해의 노력이 필요없기 때문이다.따라서 TV는 라디오나 인쇄 매체로는 오락과 정보에 대한 욕구를 해결할 수 없는 아이들에게 그 매력의 강도가 높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TV 프로그램은 형태상으로는 교육적인 내용을 담은 것,만화.쇼등으로 연령 대상별로는 보다 어린 유아대상(예:아침시간대의 TV유치원 하나둘셋.뽀뽀뽀),국민학교 저학년 대상(오후 시간대의 만화)및 국민학교 고학 년 대상(저녁시간대의 어린이 쇼)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그리고 이들 각각의 프로그램들은 각기 나름대로의 장.단점을 가지고 있다.장점의가장 큰 예는 빠른 움직임,생생한 배경음악 등으로 아이들의 흥미를 유발하고 유지함으로써 지식 획 득에 기여하고 이를 토대로인지발달을 도모할 수 있다는 것이다.두번째는 아름다운 그림.배경음악 등을 통해 아이들로 하여금 기쁨과 슬픔,사랑과 미움등의감정을 느끼게 하고 심미감을 자극함으로써 정서 발달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세번 째는 TV 주인공들의 말과 행동이 아이들의 모델이 되어 본받아 해보려는 마음을 싹트게 하는 모델링 효과가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장점 못지않게 엄청난 단점을 갖고 있다는 점을 보호자들은 유념해야 한다.
TV와 아이들과의 관계에 대한 많은 연구들은 아이들이 TV의공격적인 언어나 행동을 모방하는 것을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다.사실 TV프로는 공격적인 내용을 비의도적으로 담고 있지만 아이들이 그러한 장면에 반복적으로 노출되 면 그것을 무의식적으로 모방하게 된다는 것이다.따라서 폭력적인 TV프로를 많이 본 아이들은 공격이나 폭력을 자신의 문제 해결 방법으로 더 많이 사용하게 되고「문제아」로 낙인 찍히게 되는 것이다.두번째로는 아이들을 극단적인 이원주의( 선/악.승리/패배.우리편/적편등),현실도피,과대망상에 빠지게 할 염려가 있다는 것이다.특히 내성적인 아이들은 친구들과 함께 놀기보다 혼자 TV보기를 즐기는데 이런 아이들의 경우 그 현상이 더 크게 나타난다.
세번째로는 무비판적인 외국 문화 흡수현상을 들수 있다.
유감스럽게도 이러한 TV프로는 그 장점과 단점및 여파까지도 이미 충분히 알고 있는 어른들에 의해 선정되고 제작되고 있다.
아이들이 어떤 채널의 어느 프로를 보더라도 재미있고 괜찮은 프로가 방송되도록 하는 것은 결국 방송사의 몫이 될 것이다.
羅 靜〈한국교육개발원 유아교육연수부장.교육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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