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어린이 프로그램 투자 인색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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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어린이프로 투자에 인색하고 무책임한 방송사들의 행태가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
방송사각지대의 시간대에 방송되는 어린이 프로는 주로 일본에서제작된 수입만화일색이고 우리 어린이들을 주인공으로 한 만화나 드라마는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현재 TV 4社에서 방송하고 있는 만화영화 18편중 국내에서제작된 것은 KBS-1TV『만화 인물한국사』『영심이』등 두 편.지난해엔 각 방송사들이 한편정도의 국내제작만화를 선보여 국내만화영화제작이 청신호를 보인듯 했으나 다시 제 자리걸음이다.
더구나 이들 수입만화영화는 모두 일본.미국산 만화다.이들 만화는 어린이가 보기엔 적합하지 않게 성인영화 줄거리와 내용을 모방한 순정만화(『꽃천사루루』)거나 정의로운 싸움이라는 명목아래 폭력(『꼬꼬리코 돌격대』)이 걸러지지 않은 것 들이 대부분이다. 재방송물인 경우도 적지않다.KBS-1『영심이』는 몇년전성공적으로 방송된 것의 재방이고 EBS『플란다스의 개』『신밧드의 모험』도 이미 여러해전에 방송된 만화영화며 KBS-2『디즈니 만화동산』도 해묵은 것이다.
만화를 제외한 다른 프로는 어떨까.방송에서 이미 어린이 드라마는 실종된지 오래다.
두방송사에선 외국 어린이의 얘기를 담은 외화를 방송하고 있는가운데 EBS만「국내유일」이란 꼬리표를 달고 어린이 드라마『언제나 푸른마음』을 방송하고 있다.
올해「어린이를 바르게」라는 모토로 연중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SBS의 경우도 이번주에 방송되는 특별기획『병규형제의 세계체험』을 빼놓으면 투자가 개선된 흔적이 없다.
주말 오후에 방송시간을 잡아놓고 스포츠중계 여부에 따라 만화영화 방송여부가 결정되는 KBS-1『영심이』『명작만화』를 굳이예로 들지 않더라도 각 방송사의 어린이프로는「시간때우기용」이란인상을 지울 수 없다.무엇보다 수익성을 우선하 는 현실에서 돈과 시간을 들여 제작하느니 만화나 외화를 값싸게 수입,더빙으로간편하게 때우자는 계산인 셈이다.
시청시간이 길고 가장 정규적인 시청습관을 가진 어린이들,판단력도 확립되지 않은 채 무방비상태로 TV에 노출된 미래의 동량들을 보호하려는 방송사의 책임의식이 시급한 실정이다.
〈李殷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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