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는신세대>컴퓨터통신의 인기SF작가 이성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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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우리나라 컴퓨터통신 소설계에는 두개의 봉우리가 우뚝 서 있다. 소설로 출간돼 최근 50만부를 돌파한 괴기소설『퇴마록』의 저자 李愚赫씨(30)가 큰 봉우리라면『스핑크스의 저주』등 공상과학소설로 이름을 떨친 李誠洙씨(26)는 작은 봉우리다.李誠洙씨는 현재 서울大 전자공학과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89년 겨울,그러니까 제가 대학교 4학년에 접어들 무렵이었습니다.1년 뒤면 졸업을 하는데 뭔가 기념이 될만한 일을 하고싶었지요.그래서 컴퓨터통신망 천리안에 소설「아틀란티스 광시곡」을 쓰기 시작했습니다.』전설의 대륙 애틀랜티스를 소 재로 한 공상과학소설『아틀란티스 광시곡』은 통신망에 오르자마자 엄청난 인기를 모았다.그리고 그 인기에 힘입어 90년『우먼Q』,91년『바이러스 임진왜란』『스핑크스의 저주』등이 키보드를 두드리는 그의 손가락으로부터 계속해서 뿜어져 나왔 다.
지난 7월 국내의 한 스포츠신문에는 야하기 이를 데 없는 소설이 연재됐다.
제목은『장미.오렌지,그리고 섹스』.제목이 풍기듯 오렌지족들의생활을 그린 이 소설도 李씨의 작품이다.
『이 소설의 90%는 제가 주변에서 보고들은 실화입니다.
기성세대들은 그들을 나무라지만 이야기를 나누어 보니 그들의 내면세계는 저와 별반 다르지 않더군요.』 사실 李씨가 이같은 소설을 쓴 것은 엄청난「변신」이었다.원래 그의 소설에는 뿌리깊은「민족의식」과「과학적 논리전개」만이 담뿍 담겨 있었다.
『언젠가 지하철안에서 였습니다.국민학생들이 쭉 앉아 일본만화책을 들고 있는 거예요.이래선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지요.무언가 이들에게 민족적인 것을 심어주어야 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진『바이러스 임진왜란』은 우리나라가 통일이 되고,세계의 강국으로 떠올라 일본과 한판 승부를 벌인다는 이야기다.
또한 그 등장인물들의 이름도 첩보대장은「단군」,고정간첩은「장승」,전투요원은「싸울아비(백제의 戰士)」등 역사에 서 따온 것이많다. 공상과학소설『스핑크스의 저주』도 여느 SF소설과는 다르다.내용을 읽어보지 않아도 차이점이 눈에 확 들어온다.
이 소설의 뒤에는 31권의 참고서적들이 소개돼 있다.
『「바이러스 임진왜란」을 쓰고 나니 의외로 과학이나 역사와 관련된 사항들에 관심을 갖고 질문을 해 오는 분들이 많더군요.
그래서 제가 읽은 참고문헌들을 기록해 놓았습니다..』소설의 과학적 근거에 대한 자신감이 진하게 배어 있는 말이다.
지금 그의 마음속에는 또다른「뿌리의식」이 꿈틀거리고 있다.5년동안의 외도를 청산하고 본분으로 돌아가겠다는 것이다.
『한참 지내다보니「이게 아닌데…」하는 생각이 들더군요.이제는연구에 전념할 겁니다.물론 학위를 마치고도 계속 연구의 길을 걸을 생각입니다.물론 틈틈이 글도 쓸 수 있다면 더욱 좋겠지요.』 글:權赫柱기자 사진:吳承桓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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