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칼럼>막바지 은어낚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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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은어처럼 특징있는 물고기도 세상에는 그리 흔치 않다.
은어는 가을에 강에서 태어나 겨울이 되면 바다에 나가 살다가이듬해 봄에 다시 하천으로 올라와 여름 한철을 보내며 가을이 되면 산란하고 일생을 마친다.
치어일 때는 플랑크톤 같은 것을 먹고 산다.봄철에 강을 거슬러 올라올 때는 수중 벌레를 잡아먹는 육식성을 보이다가 여름이되면 바위등에 피어난 이끼를 갉아먹는 채식성을 보인다.
파란 이끼를 주식으로 삼는 은어의 몸빛은 담초록을 띤다.몸매는 날렵하게 생겼고 성장을 다한 살찐 은어의 표면은 막 시집가려는 여인의 살결처럼 부드럽고 포동포동하다.
은어의 가장 큰 특징이 있다면 맛과 향이다.회나 구이를 한점만 입에 넣어도 고기는 입 안에서 고소하게 씹히며 살살 녹고 입안과 콧속에는 은어 특유의 수박 향기가 가득하게 맴돈다.
이런 은어를 낚기 위해서는「씨은어 놀림 낚시」라는 특유한 낚시 방법을 구사한다.은어라는 녀석들은 텃세가 심하다.
이끼를 파먹고 있는 바위 주위에는 절대로 다른 놈을 접근하지못하게 상대편을 쪼아대는 습성이 있다.
이런 습성을 이용해 제일 먼저 은어를 낚기 시작한 사람들이 일본인들이다.
은어 한마리를 확보하면 그 은어를 씨은어로 삼아 꼬리에 세발낚시를 달고 코걸이로 코를 꿰어 낚싯대에 연결한다.코를 꿴 고리 바늘을 단 씨은어를 물속에 놓아주면 씨은어가 물속을 노닐다가 다른 먹자리 은어를 발견한다.
먹자리 은어는 곧 씨은어가 가까이 오지 못하도록 공격하다 씨은어의 꼬리에 달아 놓은 세발 갈고리 바늘에 걸려 낚인다.
섬진강.밀양강.낙동강과 동해안의 하천들은 은어 낚시로 명성이자자하다.
이중에서 낙동강변의 청량산을 중심으로 한 강줄기에 서식하고 있는 은어들은「길을 잃은 은어들」이다.
낙동강 중류에 안동댐이라는 거대한 댐이 있어 바다를 오갈 수없게 된 탓이다.바다로 가지 못하고 육지에서 태어나 육지에서 살다가 육지에서 죽는 은어를 육봉형 은어라 한다.
다른 하천은 이미 은어 낚시 금지기간이어서 은어낚시를 할 수없다.다만 낙동강 일원은 은어 낚시 금지기간이 9월15일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이제 막 떠난다면 올해로는 마지막 은어 낚시 여행이 될 것이다.씨알 좋은 은어들이 은어 낚시 특유의 10m가 넘고 하늘거리는 은어대를 붙들고 늘어질 것이다.
〈낚시전문가회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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