傳貰계약서 담보대출 성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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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私債시장에서「부동산 담보대출」이 자취를 감추고 대신「전세계약서 담보대출」이 성행하고 있다.
저당을 잡힐만한 부동산 담보물건은 바닥이 난 반면,아파트 전세금은 계속 올라 집값의 70%에 육박하고 있는데다 사채업자들이 가장 겁내는 안전장치에도 별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6일 사채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부터 서울등 대도시 지역을 중심으로 전세계약서를 담보로 돈을 꿔주는 사채사무실이 급증하기 시작,현재 서울의 경우 2백여군데가 성업중인 것으로 추산됐다.과거 20~30명씩 직원을 두고 부동산담보 한건에 수억원씩 융통해 주던 서울강남구신사동 일대 대형 사채업소의 경우「잔돈」이라고 경시했던 전세계약서 대출에 올들어 본격적으로 손을 대기 시작했고,신설동 등기소 인근이나 종로5가등 동대문.종로구일대에는 전세계약서만 전문적으로 취 급하는 소규모 사무실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대출 대상은 아파트.연립.단독주택등 전세에서부터 상가.사무실임대물건에 이르기까지 다양하지만 서울지역의 경우 아파트전세값 급등의 영향으로 최근 들어 아파트 전세계약서 대출문의가 사무실마다 주종을 이루고 있다.
90년을 전후한 부동산경기 활황기에 사채시장을 주도했던 부동산 담보대출이 대단위 임야나 대도시 나대지.빌딩등 高價물건을 담보로 수천만원에서 수억원대까지 빌려주는게 보통이었다면 전세계약서 담보는 대출금액이 5천만원을 넘지 않는 경우 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전세계약서를 담보로 돈을 꿔주는 사채업자들이 대출신청인들이 사정이 급하다는 약점을 이용,여러가지 이유를 붙여 미리 떼는 돈이 너무 많아 이같은 대출이 일반화할 경우 사회문제로 비화될 소지마저 안고 있다.
서울명동소재 중견사채업소의 한 관계자는『전세계약서 대출은 담보물건 경매처분등의 확실한 안전장치가 있는 부동산 담보대출보다이자율과 수수료가 높은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통상 이자율은 월 2.5~3%선인 부동산 담보대출보다 1%정도가 비싼 월 3.5~4%선이나 알선수수료가 통상 8%내외,기타 경비명목으로 추가되는 각종 비용을 합하면 한번 대출받을때 지불하는 금액은 꿔쓰는 돈의 15~20%에 달한다 는 것이다.
대출규모는 대개 전세금액의 50%가 상한선이지만 일부 월세인 전세계약서의 경우 리스크가 좀더 높다는 이유로 40% 밑으로 줄어드는게 보통이다.
대출조건은 업소마다 다소 차이가 나지만 전세계약서 대출을 전문으로 하는 종로5가 소재의 한 사채업소의 경우『6천만원짜리 전세계약서를 맡기면 3천만원을 빌릴 수 있으며 월 3%이자와 5% 수수료에 제경비를 미리 제하면 실제 수령액은 83%인 2천5백만원정도』라고 답했다.
부동산 담보대출 의뢰가 격감하자 올들어 전세계약서 담보대출에손을 대기 시작한 강남구신사동 소재 한 업소 관계자는『5천만원미만 금액을 대출받을 경우 이것저것 떼고 80%를 수령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전세계약서를 잡힐 때 원칙적으로 임대주 동의가 필수지만 전세권등기가 설정돼 있으면 동의 없이도 대출을 해주고 있다.
〈洪承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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