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에듣는다>종합병원 응급실은 秒 다투는곳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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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불과 몇 분의 차이로 생사가 엇갈리는 종합병원 응급실.
정숙하기만 한 병동 입원실과는 판이한 분위기일 수밖에 없다.
피로 얼룩진 가운을 걸치고 바쁘게 뛰어다니는 의료진과 진료차트에 채 기입할 여유조차 없어 고성과 함께 내려지는 진료지시는예사라는 것.
그러나 이렇듯 촌각을 다투는 응급실에서조차 다소 여유있는(?)환자가 있어 문제라는 것이 서울대병원 응급실 崔嬉江 간호사(36)의 지적이다.
『비가 오는 날이나 명절연휴엔 이곳을 찾는 환자발길이 절반 이하로 뚝 떨어집니다.진짜 응급환자가 오기보단 급하지 않은 환자들임에도 자기편의위주로 응급실을 찾기 때문입니다.』 빠른 병실입원을 위해 응급실을 찾거나 지방 병원에서 암으로 진단받고 무조건 상경해 치료해 달라고 하소연하는 응급아닌 응급환자도 문제다. 현재 서울대병원 응급실의 병상 수는 68개.
그러나 언제나 이곳은 만원이고 심지어 침대가 없을 땐 정작 응급처치가 필요한 환자가 바닥에 누워있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는것이다. 『물론 밤중에 갑자기 열이 나고 복통을 일으킬 때 기왕이면 큰 병원을 찾는 보호자의 심정은 이해합니다.
그러나 종합병원 응급실은 분초를 다투는 위급한 환자를 위해 있는 만큼 이땐 가급적 가까운 병원의 응급실을 이용하는 것이 모두를 위해서도 좋습니다.』 심지어 인근 대학로에서 만취한 상태에서 술을 깨기 위해 링게르주사를 놓아달라며 소란을 피우는 사람마저 있다는 것이다.
즉각적인 진료가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승강이를 벌이는 것도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다.
그러나 복통이나 발열의 경우 원인을 찾기 위해 진통제나 해열제를 쓰지 않고 기다리는 것도 치료의 한 과정이라는 것을 잘 모르는 보호자의 오해에서 비롯된다는 것이 崔 간호사의 설명이다. 崔 간호사는 또 응급환자 후송체계가 미비한 우리나라의 경우자신의 신상명세와 病歷이 기록된 진료카드를 소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즉 고혈압이나 당뇨등 평소 지병을 앓고 있는 사람은 평소 자신의 건강상태와 투약여부,연락처가 기록된 개인용카드를 따로 지니고 다니면 의식손실과 같은 응급상황발생시 큰 도움을 받을 수있다는 것이다.
〈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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