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련겪는한국외교>1.美.日과 半세기 공조축 흔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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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北韓핵 해결방안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가운데 韓國외교가 커다란시련을 맞고 있다.
핵 해법을 찾아가는 가운데 美國.日本.中國.러시아등 주변국의이해가 엇갈리고 이과정에서 韓國은 거시적 원칙이나 철학보다는 무원칙하고 왔다 갔다하며 때로는 이성적이기보다는 감정적이고 즉흥적인 대처를 함으로써 그동안 믿었던 美國등으로 부터 외교적인불신을 자초하며 자칫 고립의 위기를 맞고 있다.
6.25전쟁이후 반세기동안 韓美.韓日를 축으로 유지된 주변 질서가 국익을 앞세운 美.日이 北韓과 관계개선을 앞세우고 있고,中國과 러시아도 韓國과 외교관계를 맺었지만 北韓을 고립시키지않고 자국의 이익을 좇는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다 .
中.러는 그렇다쳐도 美.日의 北韓접근은 남북교차승인을 목표로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4强의 각개약진 양상을 보이며 平壤러시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우선 북한과 미국은 오는 10일 平壤에서 北-美전문가 회의를시작으로 23일 제네바 2차회담을 거쳐 빠르면 연내 平壤.워싱턴 상주 연락사무소 설치 수준으로 진전될 전망이다.
北日은 지난달 23일 北京에서 비밀접촉을 가진후 北-美관계 속도에 따라 이보다 더 앞설 분위기(韓외무 예측)다.
中國도 지난 1일 군사停戰委에서 중국 대표단을 철수시켜 정전위를 평화협정으로 대체하려는 北韓의 손을 들었고,러시아는 핵동결을 전제로한 경수로 지원에 자국産을 들먹이며 끼어들고 있다.
한반도를 둘러싼 이같은 외교 조류의 거센 변화의 물결은 결과적으로 지난 50년간 유지돼온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 해결 원칙실종과 平壤의 核무기 보유 묵인을 암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의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韓國외교는 교조적인 시각에 얽매여 종합적 구상을 갖지못하고 있다.
상황변화에 따른 정부의 합의된 외교 목표와 비전을 못갖고 헤매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 정부가 구사한 정책은 끼어넣기(linkage)전술로 요약된다.
北-美회담에 南北韓 특사교환,核투명성 확보에 특별사찰,北-美연락사무소 설치에 남북대화,경수로 지원에 한국형이라는 조건을 붙이는 식이다.
때문에 외교의 목표와 수단이 뒤죽박죽되고 때로는 상충되는 현상마저 보였다.
남북한 긴장완화,남북한 대화증진,핵문제 해결등 우리의 관심 가운데 어느것이 우선 목표이고 수단이 되어야 하는지 또 北韓을동반자로 보는지,흡수 대상으로 보는지등 통일정책이나 그전략에서도 잦은 혼란을 주었다.
끼어넣기 전술은 결과적으로 우리 스스로의 발목을 잡아 외교에서 불가피한 융통성을 서서히 좁혀왔다.
南北대화를 원하면서 그분위기를 깨는 정책이 한쪽에선 추진되었다. 대화를 위해 北韓의 비위를 맞추는 구걸을 할 필요는 없지만 그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노력은 남쪽도 해야 한다.
北-美관계 개선이 남북관계 개선과 연계돼야 한다는 정책은 이해할 만하고 美國에 공화당 정권이 있다면 상당한 약효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美國의 민주당정부는 한반도 긴장완화에 더 관심을 갖고있다. 이는 카터행정부 때부터 일관성을 가진 것이고 특히 클린턴행정부는 11월 중간선거에 필요한 외교적 성과와 核확산금지조약(NPT)유지를 바라고 있다.
우리 정부는 이같은 美國의 외교정책 변화를 읽지 못했고「맹방」이라는 감성으로 때로는 떼를 쓰는 접근을 했다.
美國은 北韓과 대화를 하며 그동안「韓國의 눈」을 통해 보았던북한에 대한 시각을 바꾸고 있다.
이같은 변화에 정부가 적극 대처했다면 이같은 외교적 시련은 초래하지 않았을 것이다.
정부는 그동안 북한을▲동반자 관계에서 접근하고▲개방을 위해 우방들과의 관계개선을 지원하겠으며▲北韓의 경제를 돕겠다는 의지를 여러번 천명해 왔다.
그러나 북한에 대한 4강의 교차승인이 현실적으로 다가오며 이같은 표명은 정부의 對北정책의 원칙이 아니라 체제 우위를 기본으로한 하나의 수사였다는 의심을 받게되고 주변국으로부터 이해를얻지 못하게 되었다.정부의「머리따로 몸따로」외교 가 가져온 결과다. 그 근저에는「北韓이익=韓國손해」라는 냉전시대의 제로섬 논리가 있다.
민족통일연구원 吉炡宇 박사는『脫냉전의 시대조류 속에 한반도 정세도 어쩔수없는 변화의 물결을 타고 있다』며『우리가 북한 체제에 대한 피해의식과 北-美관계개선에 대한 강박관념을 떨쳐버리고 과거의 틀에서 벗어나 창의적이고도 균형잡힌 정 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崔源起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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