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카이로 인구회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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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유엔인구기금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93년 현재 세계인구는 55억7천만에 달한다.이 숫자는 20년전에 비해 42%가늘어난 것이며 지금도 초당 3명,하루 25만명씩 증가하고 있다.이러한 추세가 계속된다면 오는 2000년엔 6 2억5천만,2025년엔 85억,그리고 2050년엔 1백억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바야흐로 인구폭발의 시대다.
이집트 수도 카이로에선 5일부터 1주일동안 유엔 인구개발회의가 열리고 있다.유엔이 10년마다 개최하는 이번 회의의 주제는「인구-지속가능한 개발」이다.지난 92년 브라질 리우에서 열린地球서밋의 주제가「지속가능한 개발」이었던 것을 상기할 때 이번회의는 리우 서밋의 주제를 인구 측면에서 접근하는 셈이다.리우서밋은 인구와 사회경제개발,환경의 상호관련성에 공감하고 인구문제에 따른 대책수립의 시급성을 지적했었다.
이번 회의의 議題들 가운데 가장 뜨거운 이슈는 바로 여성의 지위향상과 인구문제.한마디로 落胎 허용 여부에 관한 것이다.
회의에 참석한 서방측 대표들은『여성의 활발한 사회진출에 맞춰앞으로 産兒제한은 여성의 권리보호 측면에서 접근해야 하며,산아제한의 주도권은 여성에 넘겨줘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을 좁혀가고 있다.이것은 사실상 낙태의 자유를 인정하자는 것이다.
이에 대해 낙태반대 입장을 견지해온 가톨릭에선 이를 절대 반대해 이번 회의에서 일대 파란이 일어날 전망이다.특이한 것은 서방측에서 동조세력을 구하기 어려운 입장에 처한 가톨릭이 回敎세력과 연합전선을 펴기 시작한 것이다.바티칸은 이 를 위해 이란과 리비아에 비밀특사를 파견해 연합전선 구축을 시도했다는 얘기다. 회교세력들은 제3세계 문제의 본질은 인구폭발이 아니라 정치.경제.사회적 개발의 落後며 산아제한은 서방 제국주의의 음모라고 주장하고『자식을 낳는 것은 神이 내려주신 가장 큰 축복』이라는 코란의 구절을 들어 결사반대의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이같은 가톨릭-회교 연합전선의 구축은 중세 십자군원정이래 계속된 兩者간의 7백년에 걸친 舊怨을 뛰어넘는 것이다.낙태반대라는 공동목표가 이들을 손잡도록 했다니 세상 돌아가는 이치는 참으로 오묘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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