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업>전무송.전현아 父女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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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아버지가 어느날 갑자기 외삼촌이 된다면 어떤 느낌일까.
중견 연극배우 전무송(53)의 딸 전현아(23.동국대 연영과4)는 그것을 「황홀한 체험」이라고 말한다.문예회관 대극장에서공연중인 뮤지컬 『번데기』에 아버지 全씨와 나란히 主役을 맡아화제가 되고있는 그녀는 걸음마를 배울때부터 아 빠 연기를 구경만하다가 이제 배우對 배우로 한 무대에 섰다는게 스스로 대견스럽다. 극중에서 그녀는 인형극 연출자로 나오는 아버지 全씨의 조카役을 맡았다.부녀관계가 외삼촌-조카로 바뀌는 순간이다.그녀는 이것을 『연기자 父女만이 맛볼 수 있는 특권』이라고 말한다. 『한무대에 서고나서야 아빠가 얼마나 노력하는 연기자인가 알게 됐어요.』 그녀가 아버지와 함께 연습을 하면서 배운것은 연기자의 자세.맡은 배역을 자기것으로 풀어내고 극중 인물이 되기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고통스러워하는 아버지를 보는 것으로 그녀는 연기자가 평생 배워야할 모든 것을 한꺼번에 배운 느낌이다.세세한 연기방법에 관해서 가타부타 말이 없던 「무심한 아빠」의 진면목을 알게 됐다는 그녀는 왜 남들이 아버지를 두고 『내면의 모든 것을 끌어내는 배우』라 부르는지 비로소 깨닫게 됐다. 『하루 빨리 아버지의 이름을 벗고 자기 힘으로 우뚝 서야죠.』 어려서부터 자신을 따라다니며 연기를 흉내내고 노래와 춤.
가야금을 좋아하던 딸의 모습을 보며 연기자의 운명을 예감했다는全씨의 요즘 소망이다.지난 4월 서울방송 탤런트 시험에 합격해3~4편의 드라마에 단역출연중이고 연극무대엔 두번 째 서는 햇병아리 연기자인 딸을 全씨는 「미숙하지만 가능성 있는 배우」로평가한다.
연기생활 30년만에 첫 뮤지컬 출연인 아버지가 음치 뺨치는 노래실력으로 끙끙앓자 『거긴 이렇게 불러야죠』라고 훈수하는 딸과 무대경험이 미숙한 딸에게 『깊이있는 연기가 생명』이라고 한수 가르쳐주는 아버지.가을 햇살이 질투로 흩고가는 대학로에 선두 부녀의 얼굴이 유난히 환해보인다.
글:李正宰기자 사진:金澈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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