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골프규칙>어드레스후 볼 움직였을땐 1罰打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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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골프는 신사성과 준엄성을 갖는다.신사성이란 다른 스포츠와 달리 심판관없이 스스로 규칙을 판단하고 적용하는 것이며,준엄성은자신이 내린 판단을 양심에 따라 실행하는 것이다.
그러나 「골퍼치고 사기꾼(?)아닌 사람 없다」는 말처럼 신사성과 준엄성을 갖춘 골퍼는 거의 없는 듯하다.퍼팅 어드레스를 취했을 때(특히 내기골프에서)자신만이 알 정도로 볼이 약간 움직였을 경우 스스로 벌타(페널티)를 부과할 수 있 는 「진정한골퍼」가 과연 몇명이나 될까.
1926년 영국의 로열 리섬CC에서 벌어진 브리티시오픈 때의일.1930년 한해에 US오픈.US아마.브리티시오픈.브리티시아마등 4개 대회를 석권하는 불멸의 기록을 남긴 전설적인 골퍼 보비 존스(미국)는 빌 멜번과 치열한 선두다툼을 벌였다.존스가2타 뒤진 상황에서 15번홀에 이르렀다.존스는 파로 마무리했다. 존스는 갑자기 『이번 홀은 보기였다.퍼팅을 하려고 볼 뒤에퍼터를 댔을 때 볼이 약간 움직였다』고 실토했다.마커는 『움직이지 않았다』며 스코어카드에 파로 적으려 하자 존스는 『판단은내가 한다.분명히 움직였다』며 스스로 벌타를 부 과했다.존스는이날 79타의 형편없는 스코어로 선두에 6타 뒤졌으나 점차 스코어를 줄여 결국 우승컵을 차지했다.
골프규칙(제18조 2항 b)에 따르면 「어드레스후 볼이 움직였을 때는 플레이어가 볼을 움직인 것으로 간주하고 1벌타를 부과」토록 돼 있다.이때 움직여진 볼은 원위치에 놓고 쳐야 한다. 같은 조건이라면 자기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결론을 내리지않는 것이 바로 골프의 불문율이다.존스의 준엄성은 바로 골프모럴의 진수를 보여준 역사적 사건으로 기록되고 있다.
〈金鍾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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