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재 기자의 웰컴 투 풋 볼 <23> 축구협회, 그 돈 다 어디에 씁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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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소’ 들어간 축구협회.

대한축구협회가 나이키와 4년간 490억원(현금 250억원+물품 240억원)에 대표팀 유니폼 스폰서 계약을 확정했다는 10월 24일자 중앙일보 기사에 붙은 제목이다. 뜻밖의 횡재를 만났을 때 쓰는 ‘빈 집에 소 들어간다’는 옛말을 빌려 온 표현이다. 축구협회는 내년 나이키(62억5000만원)를 포함해 14개 후원 업체로부터 현금으로만 214억7000만원을 받는다. 그 뿐만 아니다. 경기 단체에 지원하는 스포츠토토 수익금으로 올해 108억원, 내년에는 140억원 정도를 받는다고 한다. 2위인 프로농구(약 70억원)의 두 배다. 이쯤 되면 황소가 아니라 금송아지다.

사람들의 반응은 두 가지다. “도대체 축구협회가 뭐기에 기업들이 돈을 싸 짊어지고 찾아가느냐”는 것과 “그 많은 돈을 어디에 쓰느냐”는 것이다.

첫째부터 알아보자. 기업은 자선 단체가 아니다. 축구를 통해, 혹은 대표팀을 통해 브랜드 이미지와 홍보 효과를 높이고 제품 판매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서 거액을 베팅하는 것이다. 이들이 낸 후원금은 제품 원가에 고스란히 반영될 것이다.

그렇다면 협회에 들어온 돈은 어디에 어떻게 사용할까. 각급 대표팀 훈련비로 100억원이 넘게 나가고, 파주 트레이닝센터의 유지 보수비와 80여 명에 이르는 직원의 급여도 만만찮다. 축구협회는 “사단법인이 된 이후 십원짜리 하나도 함부로 쓸 수 없다”고 말한다. 협회 홈페이지에는 2007년 반기 손익계산서와 대차대조표 등이 올라와 있다. 외부 회계 감사도 받는다. 그러나 회계 법인은 돈이 ‘적법하게’ 집행됐는지를 살필 뿐 ‘적절하게’ 사용됐는지를 파악할 수는 없다. 홈페이지 자료에도 ‘회의비 얼마, 훈련비 얼마’ 식으로 뭉뚱그려져 있을 뿐 구체적인 사용 내역은 알 수가 없다.

아직 축구계에는 춥고 배고픈 사람이 훨씬 많고, 개선해야 할 점도 쌓여 있다. 학부모 주머닛돈으로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대부분의 학원 축구 지도자는 여전히 승부에 집착하고 구타와 욕설에 익숙하다. 우수한 심판 육성 프로그램이 부족하고 자질 향상의 기회가 적어 판정 시비가 끊이지 않는다. 올해 축구협회에서 여자축구연맹에 내려 준 지원금은 1000만원이 채 안 된다.

그렇다면 수입이 많다고 좋아만 할 일은 아니다. 유소년 축구 육성, 지도자와 심판 양성 등 한국 축구의 뿌리와 줄기를 튼튼히 하는 일에 투명하고 공정하게 써야 할 과제가 있는 것이다.

황소는커녕 병아리 한 마리도 들어오지 않는 경기 단체가 수두룩하다. 축구협회가 더 아껴 쓰고 꼭 필요한 데 잘 나눠 쓰는 모습을 보여 준다면 한국 축구의 발전을 기대해도 좋다.

정영재 기자 축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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