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아시아의고동>3.수비크灣 자유무역지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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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바닷가에 바짝 붙은 수비크단지내 공단지역을 나서면 4차선 도로를 맞대고 이내 큼직한 표지판이 보인다.臺灣정부가 의욕적으로추진중인 自國 중소기업 전용공단 부지 표지판이다.
최근 울타리를 치고 표지판을 세웠다는 공단부지는 연내 1단계개발에 착수할 것이라고 대만경제사회사무소의 류포룬(劉伯倫)대표는 말한다.빠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입주가 가능할 것이란 이야기다. 1단계 1백20㏊,2.3단계 1백90㏊등 모두 3백10㏊에 이르는 널찍한 땅이다.수비크灣관리청(SBMA)이 다른 나라정부와 공동으로 개발중인 수비크내 유일한 지역이다.
공단개발을 위해 필리핀과 합작설립한 회사(SBDMC)는 이를위해 1억달러의 투자계획까지 세워놓았다.SBMA의 고든 청장은『다른 나라 정부와도 공단개발을 공동추진할 수 있다』고 말하지만 아직 구체적 움직임은 없다.
수비크를 보는 대만의 시각은 확실히 일본이나 한국과는 다르다.비행기로 1시간반 거리밖에 안돼 하루생활권이 가능하다는 지리적인 이점과 대만 정부의 적극적인 해외투자전략,특히 아세안국가를 겨냥한 「남방정책(Go South Policy )」의 영향이다.대만경제문화사무소의 언론담당 추한초우(朱漢洲)씨는 『대만의 필리핀 투자는 미국등을 통한 간접투자까지 합치면 일본에 이어 2위권』이라고 말한다.이곳 수비크와 투자계약을 한 대만업체는 7개로 미국과 똑같고 외국기업數로는 선두를 형성한다.전체계약 기업수는 필리핀기업 42개를 포함해 모두 77개.
선박엔진조립.의류.PVC몰딩.신발등 업종도 다양하다.
대만 신발업체 「수비크스타」의 브라이언 류 부사장은 수비크 투자 이유에 대해 『쿼터를 이용할수 있고 일반특혜관세(GSP)혜택도 있다.또 인건비가 비싸긴 하지만 근로자들은 영어소통이 가능하고 숙련공으로 훈련시키기도 쉽기 때문』이라고 말한다.貿公마닐라무역관의 洪泰源 관장은 『대만 정부차원에서 추진중인 남방정책의 일환으로 봐야할것』이라고 분석한다.중국 일부 지역의 경우 이미 투자과밀상태를 보여 문제점이 드러나는만큼 대만 남쪽의베트남과 아세안국가를 주요 투자대 상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劉대표는 이에대해 『대만기업은 해외투자에 열심이고 투자지역도세계 전체를 대상으로 한다.남쪽으로만 가는 것은 아니다.아세안지역을 정부에서 강조하다 보니 매스컴에서 남방정책으로 불렀을 뿐,정부 차원에서 특별한 정책을 제시한 것은 아니다.베트남.인도네시아.필리핀등 국가별로 투자에 적당한 부분이 있다.수비크는필리핀이 개발에 성공할수 있는 최대 지역』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대만과 달리 일본 업체의 움직임은 아직 요지부동이다.
수비크에 투자한 업체라야 기껏 21만6천달러를 들인 소형 선박제조업체 한곳밖에 없다.
미국등 선진국도 인프라를 주요 투자대상으로 여길 뿐 제조업 투자는 거의 없다.
투자금액면에서 가장 앞선 미국의 수비크 투자내용을 들여다 보자.엔론이 발전소 건설에 1억1천5백만달러,선박수송업체 페더럴익스프레스가 1억달러,석유류 취급업체인 코스탈수비크灣터미널이 1억6백만달러등이다.
필리핀내 최대 투자국인 일본이 수비크 투자를 꺼리는 이유는 무엇 때문인가.아이로니컬하게도 그동안 對필리핀 투자가 다른 어느 나라보다 많았던 때문이다.
『신규투자를 위해서는 부품이 단지내에서 조달돼야 하는데 기존일본업체는 메트로마닐라 인근에 집중돼있다.수비크에 투자하려면 기존 설비를 옮겨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이때문에 최근 일본상공회의소의 투자환경조사에서도 부정적 의견이 많았 다.』 일본무역진흥회(JETRO)야마우라 관장의 분석이다.
이유는 또 있다.공해물질 배출을 꺼려 경공업으로 투자업종을 제한한데 대한 불만이다.최근들어 서비스업에 치중하는듯한 수비크에 대해서도 우려한다.
『전자산업도 기계세척을 하자면 오염물질이 발생한다.하수처리를위해 일본에서 첨단시설까지 가져와야 한다면 무엇때문에 오겠나.
또 일본은 제조업의 생산공장 위치를 찾고있지 서비스업을 찾는게아니다.』 미쓰이의 미요시 부장은 『필리핀의 관심은 투자지역이아닌 투자금액』이라며 『일본의 최근 투자는 세부섬에 집중되고 있다』고 소개한다.
일본의 이같은 자세는 시사하는바 크다.필리핀 주재 한국 기업인들은 필리핀측이 정책변화의 가능성을 누차 비친만큼 일본의 태도 여하에 따라 수비크의 투자유치정책도 상당부분 수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조심스레 전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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