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화랑미술제 결산-관객 늘었으나 거래 한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94화랑미술제가 지난달 28일 막을 내렸다.한국화랑협회가 국내 미술시장에 본격적인 견본시장을 도입하기 위해 그 전단계로 마련해온 화랑미술제는 올해가 아홉번째.8월19일부터 28일까지10일간 열린 화랑미술제는 매일 5천~7천명의 관람객이 행사장을 찾을 정도로 일반의 호응이 높았던 반면 실제 거래는 매우 부진했다.따라서 내년 10주년을 앞두고 미술제의 형식을 개선해실질적인 견본시장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소리가 어느 때보다 높았다. 지난해보다 20~30%정도 늘어난 관람객수는 근래들어미술계에 나타나고 있는 전반적 추세를 반영하는 것이기는 하지만지난 21일에는 무려 1만3천여명이 다녀가 예술의 전당이 생긴이래 최고의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관람객들은 가족단위에서부터 학생층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포를보였는데 그러나 이들 가운데 상대적으로 구매력을 갖춘 실질적인컬렉터수는 그리 많지 않았던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 참가화랑 주인은 『행사자체가 시끌벅적하고 떠들썩한 축제형식이어서 판매를 위한 조용한 상담을 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았다』고 고충을 말하기도 했다.
판매부진은 바이어룸 하나 마련하지 않은데서 볼수 있듯이 아예판매를 도외시한 행사형식에도 이유가 있지만 들쭉날쭉한 출품작가들의 수준과 화랑주인들의 무성의도 한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번 미술제는 과거 어느 때보다 출품작가들의 수준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는데 신인작가를 발굴한다는 당초의 취지에도 불구하고 4~5명을 제외하고는 상당수의 화랑이 화랑미술제 「단골출품작가들」을 중복 소개하고 있었다는 지적이다.
또 일부 화랑에서는 한두명의 직원만 내보내 형식적으로 부스를지키게 하는등 처음부터 판매를 포기하다시피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같은 판매부진속에서도 몇몇 화랑들은 참신한 작가선정,그리고 아이디어가 반짝이는 기획으로 높은 판매성과를 올려 화랑미술제가 견본시장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박여숙화랑에서 소개한 南기호씨는 파리에서 활동중인 30대작가로서 포장용 나무상자에 콜라주등을 통해 시간의 흔적들을 담는 개념적인 작업을 선보여 참신하다는 찬사와 함께 20여점 가까이판매되는 성과를 올렸다.
갤러리포커스도 부스 한쪽에 李大源.崔榮林.卞鍾夏.李禹煥.張旭鎭.吳潤등 원로.인기작가들의 소품을 내건 「포커스 컬렉션코너」를 꾸며 관람객들의 호응과 함께 판매에도 성공을 거뒀다.
화랑미술제는 전반적인 판매부진속에서도 李斗植.史奭源씨등 별도의 애호가층을 가진 작가들의 작품이 고르게 판매됐으며 뛰어난 테크닉을 가진 젊은 작가들의 구상 풍경작업들도 적절한 가격대와함께 인기를 끌었다.
화랑미술제에 고정참가해온 한 화랑주인은 『화랑미술제의 성격을지금처럼 모호하게 이끌고 갈 것이 아니라 본격 미술품견본시장으로 탈바꿈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협회 權相凌회장은 『외국화상을 끌어들이는 본격적인 견본시장을펴기에는 아직 국내시장 여건이 미흡한 것이 사실』이라며 그러나『판매와 전시가 균형을 이루는 미술제를 위해 내년부터 참여화랑이나 출품작가 선정에 신중을 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尹哲圭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