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K 이명박 소유 하나은행 서류 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대통합민주신당 정봉주 의원이 김경준씨의 BBK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28일 공개한 2000년 6월치 하나은행 작성 서류. 서류에 따르면 이명박.김경준씨가 공동대표인 LK -e뱅크가 BBK투자자문㈜을 100% 소유한 것으로 돼 있다(右). 하나은행의 김승유 은행장과 당시 LK -e뱅크의 주요 주주인 이명박.김경준씨는 풋옵션 계약서를 작성해 서명했다(左).

대통합민주신당이 연일 'BBK 의혹'을 확산시키기 위해 전력을 쏟고 있다. 핵심은 김경준씨의 BBK 주가조작 사건에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연루됐느냐다. 신당 의원들은 "수사기관의 조사가 부실한 데다 국내 자료 접근에도 제한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이명박 연루설'을 집중 제기하고 있다.

신당 정봉주 의원은 28일 "BBK의 실소유주가 이명박 후보라는 공식 문서가 나왔다"며 새로운 자료를 공개했다. 정 의원은 이날 "BBK는 이 후보가 공동대표로 있던 LK-e뱅크가 100% 출자한 자회사"라며 하나은행이 2000년 6월 22일 작성한 내부 문건을 공개했다.

이 문건은 'LK-e뱅크 Agreement(계약) 검토(안)'으로 당시 하나은행이 LK-e뱅크에 5억원을 투자하는 과정에서 작성된 것이다. 문건에는 '(LK-e뱅크는) 700억원 규모의 헤지펀드를 운용하는 BBK투자자문㈜을 100% 소유하고 있으며 최근 위탁매매 전문 증권회사(이 후보가 김경준씨와 공동 출자해 설립할 예정이었던 'EBK증권중개')의 설립 인가를 신청 중에 있음'이라는 하나은행 측 분석 내용이 적혀 있다. 또 LK-e뱅크의 재무현황 중 투자유가증권(30억5000만원)에 대해 각주를 달아 'BBK투자자문㈜ 출자 주식'이라고 명시돼 있다.

정 의원은 "하나은행 문서는 LK-e뱅크와 출자 및 업무협정을 추진하기 위해 내부 결재를 받기 위한 품의서로 담당 직원은 물론 감사 및 은행장 서명까지 포함된 완벽한 공식 문서"라며 "하나은행은 LK-e뱅크에 대해 이 후보와 김씨가 50%씩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하고 있었고 이 후보에 대해 '현대건설 사장, 14.15대 의원'이라는 참조까지 작성하며 확인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정 의원은 "(하나은행 문건은) 이 후보가 실제로 모든 것을 소유했고 주가조작의 중심에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이 후보 측은 그간 BBK 의혹에 대해 "BBK는 김경준씨의 개인 회사며 (이 후보가 가진) 주식은 단 한 주도 없다"고 해명해 왔다.

이날 공개된 문건에는 LK-e뱅크와 하나은행 간의 '풋 옵션(put option) 계약서'도 포함됐다. 이 계약서엔 이 후보의 도장과 사인이 들어 있다. "도장과 사인은 은행이 이 후보에게 직접 받은 것으로 (문서의) 조작 의혹이 없다"고 정 의원은 주장했다.

한편 하나은행이 LK-e뱅크에 5억원을 출자할 당시 부행장이었던 하나금융지주 윤교중 사장은 "LK-e뱅크에 대한 5억원 투자는 확실하지만 계약 체결서에 LK-e뱅크와 BBK의 관계가 명시됐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겨우 5억원을 출자하는 데 은행장이 직접 사인했다는 게 좀 의아하다"고 말했다.

정강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