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상한' 대출 쏟아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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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금리 인상폭을 제한하는 주택담보대출 상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대출금리의 기준이 되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가 하반기 들어 상승세를 보이면서 돈을 빌린 사람의 이자 부담이 커진다는 우려를 반영한 상품이다. CD 금리는 한국은행이 7, 8월 두 달 연속 콜금리를 인상하면서 7월 초 연 5.0%에서 지난달 중순 5.34%까지 급상승했다. 현재는 5.35% 수준이다.

◆은행권 금리 상한 상품 줄이어=기업은행은 다음달 중순 금리 상한제를 적용하는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금리 상한선은 설정 기간에 따라 차이가 있다. 설정 기간 1년은 연 0.25%포인트, 3년은 0.50%포인트, 5년은 1.0%포인트, 10년은 1.50%포인트로 금리 상승폭이 제한된다. 예를 들어 최초 대출금리가 연 6.0%이고 3년을 상한 기간으로 설정하면 6.50% 이상 금리가 오르지 않는다. 이 상품으로 대출받으려면 매년 대출금의 0.1%를 설정 수수료로 내야 한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금리 상한제를 주택담보대출뿐 아니라 중소기업대출이나 신용대출로까지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농협도 다음달 금리가 최초 대출 시점 이상으로 오르지 않는 ‘금리 안심론’(가칭)을 판매할 예정이다. 설정 기간은 3년과 5년이며, 기간에 따라 일정액의 수수료를 내야 한다. 최초 대출 대상으로 금리가 오르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고정금리와 같지만 시중금리가 하락할 때는 대출금리가 따라서 인하된다는 것이 고정금리 상품과 다르다. 농협도 기업대출과 개인신용대출 등 다른 대출로 금리 상한제를 확대할 방침이다.

국민은행 역시 고객이 금리 상한 방식을 선택할 수 있는 상품을 연내 도입하기로 했다. 일정 수준의 금리 상승 한도를 설정하거나 최초 대출금리로 고정하는 방식, 두 가지 모두 도입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은 최근 입주자 자금대출(집단대출) 고객을 대상으로 일정액의 수수료를 내면 계약 시점의 금리를 3년 또는 5년간 고정하는 ‘입주자 안심론’을 선보였다. 하나은행은 시장금리가 올라도 대출 시점 금리가 5년간 오르지 않고, 금리가 내리면 이자가 최대 1%포인트까지 인하되는 ‘이자안전지대론’을 판매 중이다.

◆보험업계도 금리 안심형 대출 바람=현대해상화재는 최근 금리 변동폭을 제한한 ‘밴드 설정형 뉴하이 모기지론’을 내놨다. 변동금리 상품이지만 변동 범위가 ‘대출 시점 적용 금리 ±0.5% 이내’로 제한된다. 이 상품은 현재 연 6.40%의 금리가 적용되며 고객의 신용등급이나 거래 실적에 따라 연 5.70%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회사 관계자는 “금리의 급격한 변동에 대한 부담이 큰 근로소득자에게 유용한 상품”이라고 말했다.

삼성생명과 신한생명도 금리 인상폭을 제한하는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삼성생명은 지난달 최장 30년간 금리가 고정되는 ‘장기주택담보대출’을 출시하기도 했다.

염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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