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짱은 자이언츠의 패밀리가 됐다 "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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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호 13면

기요타케 구단 대표

요미우리 구단은 스스로를 어떻게 자리매김하고 있고, 무엇을 전통으로 삼고 있을까. 이승엽 선수는 올해 어떤 평가를 받고 있을까. 요미우리 구단의 기요타케 히데토시(淸武英利·57·사진)대표를 만나 이런 물음들에 대해 들어보았다. 인터뷰는 15일 자이언츠 홈구장인 도쿄돔에서 40분 동안 이뤄졌다. 기요타케 대표는 요미우리신문사 사회부장(중부본사)과 운동부장을 거쳐 2004년 현직에 올랐다.

기요타케 히데토시 구단 대표 인터뷰

-자이언츠는 올 5월 구단 사상 처음으로 5000승을 달성했는데 그 원동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5000승은 시간이 지나면 반드시 달성된다. 하지만 짧은 시간에 그것을 이룬 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일본에서 야구는 국기(國技)의 하나다. 야구에 대한 일본의 애착은 매우 강하다. 자이언츠 팬은 도쿄에서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5000승은 자이언츠 팬의 에너지가 뒷받침한 것이다. 이 때문에 해마다 이기지 않으면 안 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 어떤 때는 너무 많은 압박을 받아 고민이다.”

-자이언츠를 얘기할 때 1965~73년의 일본시리즈 9년 연속 제패(V9)를 빼놓을 수 없다. V9이 일본의 고도성장기와 겹치면서 자이언츠는 국민 구단으로 자리잡았다. V9은 자이언츠에, 일본 사회에 어떤 의미를 갖는가.

“V9은 ‘빛나는 시대’의 상징이다. 일본 경제가 성장하고 동시에 야구도 많은 팬을 얻어 뻗어나가는 시대였다. 스타도 있었다. 일본 프로야구계와 자이언츠에 당시의 추억은 하나의 자산이다. 영구적인 자산으로 남을 것이다. 그 시대의 영광을 재현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생각한다. 드래프트 제도 등의 제약도 있다.”

-자이언츠만의 전통이나 팀 컬러는.

“자이언츠의 전통은 명확하다. (창업자인) 쇼리키 마쓰타로(正力松太郞)의 3훈(訓)이 그것이다. 자이언츠 선수는 신사여야 한다, 강해야 한다, 미국을 따라잡고 추월해야 한다는 것이다. 뒤에 두 가지는 다른 구단도 얘기할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자이언츠만의 특징은 첫 번째다. 자이언츠 선수는 신사다. 오 사다하루·나가시마 시게오 감독(ON)이 그랬고, 이승엽도 그렇다. 선수들의 개성은 제각각이지만 구단은 선수들이 신사가 되길 바란다.”

-요미우리 구단의 일본 프로야구계에 대한 영향력은 막강하다. 요미우리 일극지배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는데 실제는 어떤가.

“자이언츠는 여전히 프로야구계의 리더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일극지배가 가능한 시대가 아니다. 자이언츠는 프로야구계에 여러 제언을 하고 있고, 시범적으로 시도하는 것이 많다. 야구 전술 면에서도 미국에서 ‘다저스 전법’(시스템·조직 야구)을 받아들여 자기 것으로 만들었다. 1, 2군 외에 3군 제도 도입도 자이언츠가 중심이 되고 있다. 자이언츠는 다른 팀이 채산이 맞지 않아 모두가 그만둔다 해도 하나의 팀을 두 개로 나눠서라도 마지막까지 남을 것이다. 프로야구 최초의 팀이자 최후의 팀이기 때문에 리더에 걸맞은 역할을 앞으로도 해나갈 것이다.”

-일본 프로야구계의 개혁작업이 활발하다. 센트럴리그는 퍼시픽리그에 이어 올해 포스트시즌(클라이맥스 시리즈)을 도입했는데 그 배경은.

“메이저리그를 의식하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비즈니스 면에서 미국 메이저리그와의 싸움이라는 측면이 있다. 그런 만큼 구장에 관객을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 클라이맥스 시리즈에 대해서는 지지와 비판의 두 목소리가 있다. 포스트 시즌을 도입하면 레귤러 시즌의 가치가 낮아진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 당연하다.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느냐의 실험이다. 변하지 않는 것이 가장 나쁘다. 최근 3년간 자이언츠는 저조했다. 이것이 일본 프로야구계의 혼미로 연결됐다.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 과도기다. 앞으로 일본은 아시아 전체도 의식해야 한다. 한·일 시리즈를 하려는 발상도 있다.”

-이승엽 선수는 올 시즌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 같은데.
“이승엽은 손 부상을 입었다. 고생하면서 마지막 시즌까지 출전했다. 4번으로서는 약간 부족했다. 그렇지만 팀 전체가 그를 도왔고, 때로는 그가 팀을 도왔다. 지난해에는 롯데에서 이적해와 대활약하면서 모두를 짊어졌었다. 올해는 하라 감독과 아베 포수로부터 도움과 뒷받침을 받았다. 그런 면에서 보면 정말로 팀메이트가 됐다고 생각한다. 내년에는 승짱(이승엽의 애칭)이 되돌려줄 차례다. 승짱은 자이언츠의 패밀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라 감독의 야구를 평가한다면.
“그의 야구는 첫째로 밝다. 둘째, 참신하고 효과적인 것을 추구한다. 예컨대 다카하시 타자는 올해 1번이었지만 일본 대표팀에서는 4번이다. 그런 그를 1번으로 하는 발상은 어려운 것이다. 지난해와 올해 자이언츠의 과제는 1, 2번의 출루율을 높이는 것이었다. 승짱이 4번에서 기다리고 있는 만큼 다른 4번타자인 다카하시를 1번에 놓는 발상이었다. 지난해 승짱이 이적해 왔지만 보통 감독이라면 승짱을 개막전의 4번으로는 하지 않는다. 하라 감독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보고 나에게 ‘승짱을 4번으로 결정했습니다’라고 했다. ‘야구는 이것이다’라는 고정관념이 있지만 그는 이것에서 벗어날 수 있다. 셋째는 웃고 있지만 엄한 사람이다. 젊은 선수들은 무섭다고 생각한다. 총체적으로 리더십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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