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트루 라이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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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1984년 전세계 극장가에 이변이 일어났다.할리우드의 전형적B급영화『터미네이터』가 메이저사들의 대작들을 가볍게 누르고 그해의 흥행계를 휩쓸어버린 것이다.
그로부터 10년이 흐른 1994년,『터미네이터』의 두 주역인감독 제임스 카메론과 배우 아널드 슈워즈네거는 할리우드의 가장강력한 파워엘리트가 되었다.『트루 라이즈』는 이 2인조가 1억달러의 제작비를 쏟아부어 만든 초강력폭탄,즉 블록버스터 영화다. 광고비를 포함해 거의 1천억원에 육박하는 거대한 도박성 프로젝트.엄청나게 부푼 판돈은 예상수익을 극대화시키지만 그만큼 위험성도 큰 법이다.그래서 블록버스터 영화에는 항상 새로운 패키지 전략이 따르게 마련이다.
『트루 라이즈』의 전략은 액션과 가족 코미디 장르의 신종 결합으로 시작된다.주인공은 해리라는 중년의 사나이.겉으로는 일 중독증에 빠진 컴퓨터 세일즈맨으로 위장해 있지만 진짜 정체는 정보기관의 특수요원.머나먼 이국에서 마치 제임스 본드처럼 한건올리고 집으로 돌아오지만 그러나 맙소사,아내는 바람이 나있고 딸은 사춘기적 반항소녀가 되어 있다.세계경찰인 미국 뿐만 아니라 미국의 중산층 가정도 위기에 빠진 것이다.
또 하나의 전략은 하드웨어를 위주로 한 특수효과 전략이다.그래서『트루 라이즈』는『터미네이터 2』와 같은 황홀한 컴퓨터 그래픽을 보여주지 않는다.그 대신 수직이.착륙 폭격기 해리어기가그 굉음으로 극장의 스피커를 뒤흔들어 놓는다.이 만하면 블록버스터 영화의 필수조건은 거의 다 갖춘 셈이다.그러나 인생과 마찬가지로 영화 만들기도 도처에 함정 투성이다.『트루 라이즈』의전략위원회는 만고의 진리인「두마리 토끼를 쫓지 말라」를 그만 잊어버렸다.
그래서『트루 라이즈』는 결코 입장료를 생각나게 하진 않지만 마치 실험용 칵테일을 한잔 마신 기분이 드는 영화가 되어 버렸다.액션은 놀랍고 화려하지만 쾌감을 주지는 못하며,가족 코미디는 절실하지만 감동과는 거리가 멀다.
강한섭〈영화 평론가.서울藝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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