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 저지당한 금통위원, 노조에 각서 쓰고 취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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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김종창(金鍾昶)신임 금융통화위원이 4일 한국은행 노조에 '각서'를 써주고 취임한 것을 놓고 뒷말이 분분하다.

금융통화위원회는 물가와 금리.환율 등을 관장하는 우리나라 통화신용정책의 최고 의결기관이다. 중앙은행 총재를 비롯해 7인으로 구성된 금통위의 결정 하나하나는 우리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이런 기구의 일원으로서 존엄과 권위를 지켰어야 하지 않았느냐는 아쉬움이다.

각서를 요구한 한국은행 노조에 대해서도 비판이 일고 있다. 신임 금통위원의 스타일을 구겨 결과적으로 금통위 위상에 흠집을 낸 것이 과연 중앙은행 및 통화신용정책의 독립성.중립성 제고에 도움이 되겠느냐는 지적이다.

금융계의 한 인사는 "각서 문안을 보면 금통위원이라면 마땅히 해야 할 역할과 임무를 담고 있다"면서 "신임 금통위원이 뻔한 내용의 '항복문서'까지 쓰고 취임해야 하는 현실이 서글프다"고 말했다.

金위원은 '한국은행 직원 여러분께 드리는 글'이라는 제목의 각서에서 "통화정책은 한은법에 따라 독립적.중립적으로 수립돼야 한다는 게 내 소신이다. 주어진 임기를 준수해 맡은 바 임무를 완수해 나가겠다"고 서약했다.

그는 지난 4일 한국은행 출입문을 가로막은 한은 노조원들에게 이런 각서를 쓰는 조건으로 간신히 사무실에 들어갈 수 있었다. 한은 노조원들이 지난 2일부터 "재정경제부 관료 출신의 금통위원 취임을 반대한다"면서 그의 출근을 저지하는 바람에 이틀간 출입문에 발도 들여놓지 못한 터였다.

홍승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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