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분’이 오셨다 … 내리던 주가 급등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7면

‘버핏 효과’는 강했다. 25일 대구를 찾은 워런 버핏이 포스코 외에도 기아차 등 다른 한국 기업에 투자했다고 밝히면서 관련주들이 급등했다. 중국 증시의 영향으로 40포인트 이상 급락하던 코스피 지수를 살린 것도 버핏의 말 한마디였다.

◆‘천금’ 같은 말 한마디=버핏의 투자 소식이 전해진 이날 오후 기아차는 가격제한폭까지 수직 상승해 1만1400원에 장을 마쳤다. 기아차가 상한가를 기록하기는 7년 만(2001년 10월 4일)에 처음이다. 시가총액도 5140억원이나 치솟아 시총 순위도 단숨에 네 계단 뛴 65위에 올랐다. 최근까지만 해도 기아차는 3분기 발표(26일)를 앞두고 실적 악화 우려가 퍼지면서 1만원대 주가도 무너졌다.

포스코 역시 4.16% 급등한 65만1000원을 기록하면서 사흘째 상승세를 이어갔다. 포스코의 시총도 단 하루 만에 2조원 이상 상승했다. 현대제철도 장중 한때 5% 가까이 오름폭을 확대했다 보합세로 마감하는 등 주가가 출렁거렸다. 신영증권은 버핏의 투자 종목으로 거론됐으나 이날 두드러진 주가 움직임 없이 약보합세로 마감했다.

코스피지수도 버핏의 평가 한마디(“한국 증시는 저평가돼 있고 여전히 매력적인 시장”)에 펄펄 살아났다. 전날보다 30포인트 이상 올라 시작했지만 이후 1941까지 40포인트 추락하던 코스피는 오후 들어 다시 급상승해 1976.75로 장을 마쳤다. 전일 대비 43.39포인트(2.24%) 급등한 기록이다.

전날 대우증권이 ‘버핏이 투자한다면’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와 함께 추천했던 종목들 역시 짧지만 버핏 효과를 제법 누렸다. 이 증권사는 버핏의 가치투자에 적합한 기업으로 황금에스티와 신성델타테크·삼영엠텍·테크노세미켐·KCC건설·티에스엠텍·성우하이텍 등 7개 종목을 꼽았다.

◆손가락 아닌 달을 봐야=버핏은 잘 알려진 대로 가치투자의 대가다. 이날 그가 얘기한 것도 가치투자였다. 하지만 시장은 우선 그의 손가락 끝을 봤다. 저평가된 우량주라기보다는 그가 이미 투자했다고 말한 종목들이 급등했다.

신영증권 김세중 투자전략팀장은 “버핏이 이미 투자했다고 언급한 종목에 관심을 기울일 것이 아니라 그의 가치철학에 부합하는 주식에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버핏은 포스코 주식을 15만원에 사들였지만 지금은 4배 이상으로 올랐다”고 덧붙였다.

미 시사주간지 ‘유에스뉴스 & 월드리포트’에 따르면 버핏의 투자원칙은 여섯 가지다. ①투자시점을 기다려 가격이 낮을 때 매수한다. ②단기 매매를 많이 하지 않고 소수의 종목에 장기 투자한다. ③기업 이익에 혹하지 마라. 자기자본이익률(ROE)은 최소 15% 이상이라야 한다. ④장기적 경쟁력을 가진 독과점 기업을 사랑하라. ⑤기업의 미래를 보고 투자하라. ⑥돈을 잃지 마라.

최준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