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 다니엘 헤니, 한국에 세금 얼마나 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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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적의 다니엘 헤니(28)는 몇 년 전 혜성처럼 등장했다. 잡지 지면에 얼굴을 내밀다, 드라마로 스타덤에 올랐다. 그 후 CF계를 완전히 평정했다. 지금까지 그가 주인공으로 등장한 CF는 모두 15개. 드라마와 영화 각각 두 편의 주역을 맡기도 했다. CF와 영화 출연료는 물론 각종 무대의 모델료와 행사 참가비가 그의 주요 수입원이다. 그동안 벌어들인 수입은 수십억원대다. 그렇다면 헤니는 세금을 얼마나 낼까?

이는 단순히 호기심 차원의 문제만은 아니다. 국내 연예계에서 큰 소득을 올리는 외국인들이 늘어나고 있어, 이들의 성실 납세 여부가 국민적 관심의 대상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최근 한창 주가가 오르고 있는 한국방송(KBS)의 TV 프로그램 ‘미녀들의 수다’ 출신 외국인들을 생각해 보자. 프로스포츠 산업에서 활동하고 있는 외국 국적의 용병들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과연 우리나라에서 세금을 낼까? 낸다면 얼마를 낼까? 크게는 외환은행 인수를 포함한 국내 투자에서 막대한 이익을 올린 론스타에 대한 과세 문제 역시 같은 연장선상에 있다.

이 문제에 대해 국세청이 국회 재경위 소속 채수찬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통해 밝힌 원론적 입장은 이렇다. 국세청의 소득세 과세 기준은 소득세법 1조 1항이다. 이 규정에 따르면, 국내에 주소가 있거나 1년 이상 거소(居所)를 둔 개인은 당연히 소득세를 내야 한다. 비거주자라 하더라도 국내에서 원천소득이 발생하는 경우는 소득세를 내야 한다. 간단히 말해 국내에 사는 경우이거나, 살지 않는다 하더라도 국내에서 돈을 벌게 되면 반드시 세금을 내야 한다.

이런 원칙에도 불구하고, 외국 국적 연예인의 과세 문제는 늘 논란이 돼 왔다. 이들 대부분이 국내에 주소를 두지 않고 있다. 비거주자들은 한국과 해당국의 조세조약상 빠져나갈 구멍이 많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미국의 경우는 한미조세조약 상, 미국의 연예 법인에 대해 지급하는 공연료에 대해 우리가 과세할 수 없다는 규정이 악용돼 왔다. 이 조항에 따라 1999년 방한했던 마이클 잭슨이나 2003년 머라이어 캐리가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아 논란이 일었다. 이 때문에 2004년 국세청은 ‘외국 연예인의 국내 원천소득에 대한 원천징수 요령’을 통해 단기 공연에 대해서도 소득의 20%를 원천 징수할 수 있도록 정해 놓았다.

그 후 이 20% 원천징수 규정은 광범위하게 적용돼 왔다. 이 요령에 따르면, 국내 거주자가 아니라 하더라도 183일 이상을 체류하거나 미화 3000달러(약 275만원) 이상을 벌어들인 경우 원천징수가 가능하다. 183일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정한 가이드라인이다. 외국 연예인에 대한 과세 관련 규정이 일단 보완되기는 한 셈이다.

◇외국 국적 연예인과 론스타, 동일한 기준 적용돼야

다니엘 헤니를 포함한 외국 국적 연예인들의 거주 상황은 각양각색이다. 그러나 이런 국세청의 법규를 적용할 경우, 어떤 경우든 소득세 과세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딜로이트 회계법인 양동표 전 대표(회계사)는 “국내에서 지속적으로 소득이 발생할 경우 당사국과의 조세조약에 따라 약간씩 다르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외국 국적 연예인들은 국내인에 준해 세금을 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얼마나 내야 할까? 국내인에 준한다면, 소득에 따라 9~36%의 세율이 적용된다. 다니엘 헤니의 추정 누적 소득은 대략 50억원. 다니엘 헤니처럼 ‘특A급’으로 분류됐을 경우 CF 한 편당 최소 3억원을 지급하는 광고 대행사의 관행을 적용했을 경우다. 여기에 최고 세율을 적용할 경우 지난 2~3년간 헤니가 조세 당국에 냈어야 하는 누적 세액은 약 18억원 가량이 된다. 설령 그의 주소가 한국으로 돼 있지 않고, 국내 거주일이 183일에 못 미친다 하더라도 20%인 10억원은 원천 징수 대상이다. 그가 국내에서 벌어들인 소득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다니엘 헤니가 실제로 낸 금액은 얼마나 될까? 다니엘 헤니가 소속된 연예 기획사 측은 구체적 액수를 밝히기 거부했다. 기획사 대표는 “분명히 국내에서 세금을 냈다. 그러나 액수를 밝힐 경우 적다고 생각하는 쪽에서 문제를 삼을 수 있고, 많다고 생각해서 시빗거리를 삼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국세청 역시 다니엘 헤니의 구체적 납세 정보를 밝혀 달라는 ‘중앙일보’의 요청을 거부했다. 국세기본법 상의 비밀유지 규정(81조 10항)을 그 근거로 제시했다.

그러나 우리 국민들의 조세 감정은 국내에서 발생한 소득에 대해서는 내국인과 똑같이 과세해야한다는 것이다. 이들이 외국 국적 연예인의 납세 여부를 알고 싶어 하는 것은 조세 형평성 차원에서 당연한 일이다. 납세자권리연구소 구재이 소장(세무사)은 “지금까지 외국 기업은 물론 외국 국적의 연예인에게도 제대로 과세한 적이 없기 때문에, 국민들의 조세 감정이 안 좋은 것이 사실이다”고 주장했다. 그는 “탈세 의혹이 있는 기업과 마찬가지로, 의혹이 제기되는 공인들에 대해서도 납세 여부가 공개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금처럼 외국 국적 연예인의 납세 여부가 국세청 외에는 누구도 알 수 없는 문제라면, 이는 앞으로도 영원히 개선될 수 없다. 이 점은, 조세 문제가 공정하고 합리적이기 위해서는 과세 및 납세 여부가 언제든 검증 가능해야 한다는 과세의 대원칙에도 위배된다. 무엇보다도 론스타와의 국제적 조세 분쟁을 앞두고 있는 국세청은 국내에서 활동 중인 외국인이나 외국 법인에 대해 일관된 과세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국내외에 납득시킬 필요가 있다.

이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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