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처녀막의 값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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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우리 전통사회에서는 정신적 발작을 일으키는 처녀.총각에게 性的 대상을 合房시켜 치료하려한 풍습이 있었다.性과 정신병은 매우 깊은 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믿었던 탓이다.즉 陰陽의 기운이조화와 균형을 잃었을 때 정신병을 앓게되고 따라 서 이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섹스가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정신병을 섹스요법으로 치유하려 했던 전통적 풍습이 과연 옳은방법이냐 아니냐에 대해 의학적으로 규명된 적은 없지만 아무튼 性과 정신질환이 밀접한 관계를 가지 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심리학자나 정신과 의사들은 그 대표적인 예로 여성이 순결을 상실하고 난후 빠지게 되는 우울증의 경우를 꼽는다.순결의 의미를 중요시하면 할수록 우울증은 더욱 심해지고 마침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극단적인 사태에까지 이른다는 것이다.반 대로 순결을무리하게 강조하며 끝까지 지켜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빠진 나머지심한 노이로제 증상을 보이는 여성들도 많다고 한다.
아무리 性개방 풍조가 현대사회를 거세게 휘몰아치고 있다 하더라도 여성에게 있어서의 순결이 무엇보다 소중함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가정교육과 性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탓에 순결을 간직하는 것이 거추장스럽고 짐스럽다고 생각해 처녀성 을 마구 내던져 버리는 젊은 여성들이 없지 않지만 대부분의 여성들은 배우자를 만날 때까지 순결은 지켜야 한다고 굳게 믿는다.
그러나 여성의 순결을 상징하는 처녀막은 성교 이외의 다른 원인에 의해 파열되는 경우도 많다.특히 과격한 운동을 하거나 過勞할 경우 처녀막이 파열되는 빈도는 매우 높다고 한다.
물론 이 경우「순결을 잃었다」고 간주하는 것은 부당하기 이를데 없지만 상징으로서의 존재여부는 여전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직장에서 단체로 실시한 종합검진에서 병원측의 과실로 처녀막을 상실한 40세 미혼녀에게 5백만원을 배상하라는 재판부의 판결도 상징으로서의 존재가치를 인정했기 때문이다.「적당한 배상액」이라는 견해와「3천만원 배상을 선고한 性희롱사건에 비해 너무적다」는 견해가 맞서고 있는 모양인데 의료사고로 인한 처녀막 손상의 경우 법으로 그 값을 5백만원으로 정했다는데 의의를 두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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