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매니저에게 묻는다] (19) "차익·배당 두 토끼 사냥 연초 이후 수익률 72%"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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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올 들어 24일까지 삼성투신운용의 ‘삼성배당주장기주식’은 설정액 100억원 이상 펀드 가운데 수익률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 1등 자리를 고수하다 최근 급등락 장세에서 자리를 내줬다. 그래도 연초 이후 수익률은 72.09%에 달한다. 코스피지수 상승률(35.8%)의 두 배 이상 웃돈다. 상반기 중소형주 펀드의 강세에 은인자중하다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신용이 낮은 사람에게 높은 금리로 빌려주는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 이후 시장 전면에 나섰다.

그래도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라는, 그것도 대형주 중심의 배당주 펀드가 수익률 선두 대열에 합류한 것은 의외다. 어떻게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 권상훈(41·사진) 수석 펀드 매니저를 만나서 물었다.

-수익률이 좋은 이유는.

“배당주 펀드에는 두 가지 유형이 있다. 주가가 상승하면 시가 배당률이 떨어지기 때문에 기계적으로 주식을 파는 ‘패시브형’과 배당수익은 좀 낮더라도 성장 가능성이 있는 주식을 적극 매매하는 ‘액티브형’이다. 이 펀드는 액티브형이다. 주가 상승에 따른 수익도 챙기면서 배당 수익도 동시에 추구한다.”

-투자 기업은 어떻게 고르나.

“재무적으로 안정된 기업 중 현금 배당 예상 기업을 고른다. 여기서 업종 내 시장 지위가 있고 전망이 밝은 기업 170개를 골라낸다. 회사 내 애널리스트와 공동 작업을 통해 이 중에서 투자 기업을 고른다. 현재 30∼40개 종목에 투자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보통 50개 안팎이었다.”

-왜 지난해와 올해 종목 수가 다른지.

“지난해는 횡보 장세였다. 업종별 특징이 없어 분산 투자했다. 그러나 올해는 업종 간 차별화가 심하다. 이익 개선도 폭이 큰 업종을 중심으로 종목을 골랐다. 선택과 집중 전략을 취한 셈이다. 시가총액 순이 아니라 중요도에 따라 편입 비중을 결정했다. 현재 펀드에는 삼성전자 우선주만 조금 있지 삼성전자 보통주는 한 주도 없다.”

-운 나쁘면 수익률이 안 좋을 수 있는 거 아닌가.

“배당 수익만 챙기겠다는 다른 배당주 펀드에 비해선 위험할 수 있다. 그러나 위험과 수익은 함께 한다. 2년간 수익률이 상위권을 유지했다는 것은 단순히 ‘운이 좋아서’라고 치부할 수 없다. 실력이 뒷받침된 거다.”

-기업신용 심사 업무를 7년간 했었다(권 매니저의 첫 직장은 삼성생명이다). 지금 운용에 도움이 되나.

“주가가 아니라 기업을 볼 수 있다. 주식에 투자한다고 생각했다면 이 수익률 못 냈다. 기업에 투자했기 때문에 가능하다. 단순히 50% 올라서 비싸다고 생각해 팔았다면 수익률은 평이했을 거다.”

-투자자들에게 한마디.

“우리 경제가 성장하면 주가도 올라간다. 2004년 이후의 상승 흐름은 지속될 것으로 본다. 어떤 시점에 펀드에 들어온 투자자라도 행복하게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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