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산책>앤디 워홀-요셉 보이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앤디 워홀(Andy Warhol.1928~87)은 팝 아트(Pop Art)를 통해 미국이라는 극도로 조직화된 사회에서 전개되는 비인간화 내지는 비인격화된 양상을 예술로 옮겼다.
워홀의 팝 아트는 나중에 미니멀 아트와 개념미술의 정신적 선조가 되기도 했다.
팝 아트는 대량생산에 의한 대중문화와 소비문화에 바탕한다.2차대전 이후 초강대국으로 군림한 미국은 「美製」의 물량공세로 세계를 휩쓸었다.
그러다가 팝아트가 유행하던 60년대 말,햄버거.원색화보와 서부영화의 홍수속에서 회의론이 대두되었다.
햄버거는 쓰레기같은 음식,즉 정크 푸드(Junk Food)로천대받았다.
미국 제일주의의 당의정,리더스 다이제스트 문화의 소산인 달콤한 원색화보는 쓰디쓴 현실과 동떨어진 이상론으로 밀려났다.
또한 인디언을 무차별 사살하는 서부의 건맨은 영웅에서 백정으로 평가절하됐다.
그러한 의식의 전환기에 워홀은 대중매체의 신화를 업고 미국의실상에 눈을 돌렸다.그가 화가로 등단한 직후 만든 영화 『첼시걸』은 연출과 편집 없이 미국의 바토 라보아르라 불리는 첼시 호텔에서 벌어지는 마약.섹스.폭력을 3시간에 걸쳐 보여주는 영화다. 원래 바토 라보아르는 바람이 불면 삐걱거리는 센 강의 세탁선을 연상케 한다 하여 붙여진 20세기 미술의 요람으로 인식되었던 파리의 피카소의 작업장 이름이다.
워홀은 영화에서 첼시 호텔은 미국사회의 삐걱거리는 병폐를 고발하면서 예술의 요람으로 재등장한 것이었다.
「災難」시리즈 역시 워홀의 미국사회에 대한 고발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워홀이 70년대 들어 제작한 자동차 사고,갱의 장례식,인종폭동,그리고 사형집행용 전기의자등이 그가 선택한 미국의 얼굴이었다. 「슈퍼스타」시리즈 역시 재난의 모습을 띠고 있었다.
왜냐하면 자살 후의 마릴린 먼로,케네디 암살 후의 재클린,인종박멸의 수난을 겪은 20세기의 유대인등이 의도적으로 선택되었기 때문이다.
워홀 역시 그 재난의 일부분이었다.워홀은 자신의 초상화를 이들 슈퍼스타의 반열에 끼어넣기도 하고 펑크족의 가발과 기상천외의 행색으로 요란하게 치장했다.
자신의 출생연도를 번번이 다르게 일러주어 사람들을 당혹케하면서 워홀은 그것을 미스터리라 불렀다.
그러니 사람들은 전시 작품보다 워홀이라는 별종을 구경하러 인산인해를 이루었다.그 구경꾼 속에는 워홀을 저격한 여배우도 있었다. 그것이 슈퍼스타의 외면적 재난이었다.
그러나 이 「재난」스타의 후유증은 워홀 자신의 피격에 있었던것이 아니라 개념미술 이후 세계미술을 극도의 혼란으로 이끌어간데 있었다.개념미술은 예술에서 인간의 냄새를 지운 순수한 것으로 만들려는 시도다.비유하자면 그것은 증류수와 같다.
증류수는 이상적인 물일 수 있지만 사람이 마시면 배앓이를 하는 것처럼 워홀은 현대미술에 혼란의 씨앗을 뿌린 것이다.〈다음회는 로이 리히텐스타인입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