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차 북남상급회담〉 북측 단장 발언요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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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차 북남상급회담 기조발언에서 김령성북측단장은 지난해 사업을 돌이켜보면서 남측이 우리 민족끼리의 근본리념에 충실했다고 볼수 없다 등의 강한 불만을 표시하였다.

그 발언요지는 다음과 같다.

우리가 사는 6.15시대는 곧 우리 민족끼리의 시대이다.

6.15공동선언의 기본정신인 《우리 민족끼리》라는 대명제는 우리 겨레에게 민족의 생명에 관한 문제, 민족의 생존방식에 관란 문제에 가장 정확한 해답을 주고있다.

다시말하여 《우리 민족끼리》는 온 겨레에게 자주성을 생명으로 여기고 민족공조를 생존방식으로 할것을 밝혀주고있다. 따라서 북남관계는 쌍방이 우리 민족끼리의 리념에 얼마나 충실하고 그것을 어떻게 실천하는가 하는데 따라 결정되게 된다.

이로부터 우리는 지난해의 북남관계를 어디까지나 우리 민족끼리의 리념을 자로 하여 재여보고 돌이켜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국의 북남관계조절요구를 일축하지 못했다

첫째로 우리는 귀측이 북남관계에서 자주를 생명으로 지켜나갈데 대한 우리 민족끼리의 근본리념에 충실했다고 볼수 없다.

귀측에서는 집권초기에 다른 나라와의 《수직관계를 수평관계》로 만들겠다는 의의있는 정책표명을 하였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귀측은 유감스럽게도 그것을 실천으로 옮기지 못하였다.

《핵문제》해결정도에 따라 북남관계를 조절할데 대한 미국의 강압적요구마저 단호하게 일축하지 못하고 이모저모에서 그것을 현실화하였다.

우리는 여기서 구태여 그 실례들을 렬거하지 않는다. 정치, 군사분야에서 어떻게 민족의 생명에 흠집을 내였는가 하는것은 당사자들 자신이 더 잘 아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자주성이 없이 우리 민족내부문제인 북남관계문제를 외부의 압력과 간섭에 내여맡긴다면 우리는 회담을 백번 한다 하여도 민족을 위해서는 아무것도 해결할수 없을것이다.

우리 민족끼리의 리념도 저버렸다

둘째로 우리는 귀측이 북남관계에서 민족공조를 생존방식으로 해나갈데 대한 우리 민족끼리의 리념도 저버렸다고 간주한다.

귀측은 개성공업지구건설을 비롯하여 경제협력과 관련한 쌍방사이의 합의사항을 신의있게 리행하지 않았다.

우리는 쌍방의 합의사항을 존중하여 개성공업지구관련법을 제정하여 세상에 발표하는 등 우리가 할바를 다하였다. 사실상 투자를 하고 건설을 추진시키는 모든 문제는 전적으로 귀측에 달려있다.

그러나 귀측은 합의사항리행은 뒤전으로 밀어놓고 숱한 인원들과 차량들이 개성지구에 드나들었을뿐 해놓은 일이란 아무것도 없다. 이 시간 현재 개성공업지구건설현장에는 벽돌 한차, 세멘트 한톤, 강재 한톤 들어온것조차 없다.

더우기 유감스러운것은 개성공업지구건설을 책임지고 추진하기로 약속한 귀측이 오히려 이 건설에 제동을 걸고있는 사실이다.

지금 남측의 중소기업들은 현실적가능성이 있는 1만평 시범공장건설에 대해 당국이 나서서 《랑만적》인 생각을 한다고 비난하며 가로막고있는데 대하여 강한 불만을 표시하고있다. 통행, 통신과 관련한 절차상의 문제토의에서도 귀측은 일반적인 관례에도 어긋나는 천만부당한 조건들을 내들고 인위적인 난관을 조성하였다.

결국 지금 개성공업지구건설사업은 말로만 일관하고 시간이나 보냈으며 아무런 결과도 없이 중단상태에 빠진 금호지구 경수로 건설의 전철을 밟고있다고 보지 않을수 없다.

우리는 개성공업지구건설과 관련하여 귀측에 방대한 지역을 떼여주었다. 이 지역안의 많은 구조물들을 철거하였으며 몇해째 농사도 짓지 못하고 그저 땅을 묵이고있다.

결론적으로 말하여 귀측의 태도는 우리에 대한 미국의 고립압살정책에 참여하고있다는 증거로 될뿐이다.

북남경제협력추진위원회 발족의 전제로 되였던 전력협력문제가 날아나고 이미 합의한 해운협력과 관련한 합의서가 발효되지 못하고있는것도 다 이런데 기인하는것이라고 단정해도 결코 부인할수 없을것이다.

협력다운 협력이 단 한건도 없었다

셋째로 지적할 문제는 지난 1년간 북남사이에 협력다운 협력이 단 한건도 없었다는 사실이다.

북남경제협력은 우리의 로동력을 헐값으로 뜯어내가는 임가공형태나 있을뿐 산업건설에 단돈 한잎 투자된것이 없으며 투자상담이라는 말조차 있어본적이 없다.

지난 1년동안 근 7천명의 남측인원들이 우리측 지역을 다녀갔으나 그중에는 투자가가 단 한명도 들어있지 않다. 빈손으로 그저 와서 우리 내부를 사진이나 찍어가지고 록화나 해갔을뿐이다.

우리는 이런것을 협력이라고 할수 없으며 또 더이상 허용하지도 않을 생각이다.

금강산관광사업에도 깊은 관심을 돌리고 이를 활성화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것이다.

참여정부의 출범이래 지난 1년간 금강산관광사업에 대한 지원은 거의 없었으며 그 이전시기에 존재하던 당국의 지원비도 대폭 축소되거나 페기되였다.

우리는 이것이 금강산관광초기부터 관광비지불을 문제시해온 미국의 압력에 의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민족의 화해와 협력을 선도해야 할 귀측이 북남관계의 상징인 금강산관광사업을 외면하고 제한하는것은 우리 민족끼리의 리념에 배치되는 그릇된 처사가 아닐수 없다.

모든 사실은 지난해 경제협력분야를 비롯하여 전반적북남관계가 진전된것이 아니라 후퇴하였다는것을 보여주고있다.

현재 령상태에 있는 개성공업지구건설실태, 투자 하나없이 빈말뿐인 경제협력실상, 금강산관광의 부진상태 등은 참으로 심각한 문제로 되고있다.

6개월간 귀측의 립장과 태도를 지켜본다

지난해 북남관계의 총화는 민족공조인가 외세공조인가 하는것이 북남관계의 전도를 좌우하는 관건이라는것을 다시금 확증하여주고있다.

우리는 귀측이 서로 자주성을 존중하고 평등한 기초우에서 외세와 이러저러한 관계를 갖는다면 구태여 그것을 문제시할 생각이 없다.

그러나 민족의 존엄을 저버리고 외세의 오만한 간섭과 압력에 추종하여 남의 장단에 춤을 추는데 대해서는 민족적견지에서 실망을 금할수 없다.

더우기 외세와 함께 반북공조를 하는데 대해서는 용납할수 없다.

반북공조와 민족공조는 량립될수 없다.

미국은 남쪽은 살리고 북쪽만 죽이자는것이 아니다. 반북공조에 말려들어가는것은 민족을 공멸에로 몰아 넣는 행위이다.

바로 이 점에서 귀측은 립장을 명백히 해야 한다.

우리는 언제까지나 실체도 없이 빈말뿐인 화해협력에 기대를 걸고 귀측의 반북공조행위를 묵인할수 없다.

우리는 앞으로 6개월간 귀측의 립장과 태도를 더 지켜보자고 한다.

만일 귀측이 6.15공동선언에서 천명된 우리 민족끼리의 리념을 존중하지 않고 북남관계를 지금과 같이 계속 빈말로만 굼때려 한다면 우리는 다른 선택을 하지 않을수 없을것이다.

[조선신보 제공]
[조선신보=강이룩기자]ilk@korea-np.co.j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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