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공연장 순례] 프랑크푸르트 알테 오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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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4년 3월 23일 밤 프랑크푸르트 시내는 여기저기서 불길이 치솟았다. 프랑크푸르트 오퍼(Frankfurt Oper)도 연합군의 공습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 제1차 세계대전 때도 폭격을 받았지만 파사드(건물의 정면)만 약간 손상을 입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극장의 파사드만 간신히 남겨 놓고 나머지는 거의 모두 파괴되고 말았다. 지붕까지 폭삭 내려앉았다.

프랑크푸르트 오퍼는 1880년 10월 20일 모차르트의 ‘돈조반니’공연으로 막을 올렸다. 독일 황제 빌헬름 1세도 참석했다. 당시 객석수는 2010석. 독일 황제 빌헬름 1세는 극장 곳곳을 둘러보고 나서 “베를린에서는 이런 극장을 지을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1869년 극장 신축을 제안한 것은 프랑크푸르트 시장 다니엘 하인리히 뭄 폰 슈바르젠슈타인이었다. 프랑크푸르트에는 도시의 규모나 높은 취향의 요구에 걸맞는 극장이 없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정작 신축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은 75만 마르크를 모금한 67명의 프랑크푸르트 시민들이었다. 모금액은 200만 마르크로 불어났지만 예산에는 턱없이 모자랐다. 프랑크푸르트 출신 시인 아돌프 슈톨체(Adolf Stoltze)는 ‘진선미를 위해 시민들은 피를 바쳐야 한다’는 글을 발표하면서 시민들을 독려했다. 지금도 극장 파사드에는 ‘Dem Wahren, Schoenen, Guten’(진선미를 위해)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그리스 건축 양식에 기초한 르네상스 스타일의 이 건물은 드레스덴 오퍼를 설계한 고트프리트 젬퍼의 극장 양식과도 닮았다. 건축가 리하르트 루케는 착공 5년만에 타계했고 공사는 예산 부족으로 7년이나 걸렸다.

경제논리 앞세운 재개발 위기에서 프랑크푸르트 시민들이 사수

프랑크푸르트 시장은 오페라 극장의 잔해 위에 현대식 사무실 빌딩을 지으려고 했다. 헤센 주의 경제 장관을 지낸 루디 아른트는 장관 재직 시 ‘다이나마이트 루디’라는 별명으로 통했다. ‘독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잔해’를 작은 다이나마이트 한 방으로 쉽게 날려버리겠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이다. 그는 신축 건물을 짓는 것이 옛 건물을 복원하는 것보다 경제적 타당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오페라 하우스를 구하자’는 캐치 프레이즈를 내건 시민들은 모금운동을 전개했다. ‘프랑크푸르트 오페라 하우스를 위한 행동 집단’이 결성되었고 프리츠 디에츠가 초대 회장을 맡았다. 프랑크푸르트 지방 상공회의소 소장이기도 했던 그는 프랑크푸르트의 전통을 되살리는 것을 이 단체의 목표로 내세웠다. “이 오페라 하우스는 프랑크푸르트 문화사의 일부다. 프랑크푸르트가 현대식 상업을 위한 부동산 이상의 것을 보유하고 있음을 보여줘야 한다.”

1976년 루디 아른트 시장이 이끄는 프랑크푸르트 시의회는 여론에 밀려 오페라 하우스 재건을 위한 사업 승인을 내렸다. 1972년말까지 행동 집단의 모금액은 1150만 마르크에 육박했다. 건립 기금 마련을 위한 특별 복권도 발행됐다.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이 지휘하는 베를린 필하모닉을 초청해 갈라 콘서트도 열었다(베를린 필하모닉은 10년전 베를린 시민들의 도움으로 전용 콘서트홀 필하모니를 개관한 바 있다).

콘서트홀 겸 컨벤션홀로 1981년 새단장

우선 급한 대로 건물 외벽 보강 공사부터 시작했다. 행동 집단과 시의회가 추천한 사람들로 실행 위원회가 구성되었고 새 건물은 ’다목적‘홀로 짓기로 했다. 콘서트홀과 컨벤션 홀 겸용 공간이다. 프랑크푸르트 오페라단은 1951년 현대식 건물로 이미 개관했기 때문에 새로 단장한 극장은 처음부터 처음부터 콘서트 홀로 꾸몄다. 건축가 브라운-슐록커만이 파사드 뒤의 인테리어 공사를 맡았다. 콘서트홀로 복원한 옛 건물은 ’알테 오퍼‘, 새로 지은 오페라 극장은 그냥 ’프랑크푸르트 오퍼‘라고 부른다. 그래서 ’알테 오퍼‘라고 해서 오페라 극장으로 착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복원 과정에서 로비 공간을 전시장, 미술 경매장 등으로 꾸미고 모차르트 홀(700석)까지 마련하다 보니 호화스런 계단은 살려내지 못했다.

총 1조 6000만 마르크를 들여 공사를 끝내고 1981년 8월 21일 벤자민 브리튼의 ’전쟁 레퀴엠‘과 말러의 ’천인 교향곡‘ 연주로 문을 열었다. 마이클 길렌이 지휘한 당시 실황 녹음은 CD로도 나와있다. 1981년 8월 상량식 때 프랑크푸르트 시민 수천명이 오페라 광장에 모여 페가수스 조각이 지붕에 올라가는 모습을 지켜 보았다. 며칠 후 공식 개관했다. 독일 연방 칼 카스텐스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프랑크푸르트 오페라하우스 오케스트라(지휘 미하일 길렌)이 말러의 ’천인 교향곡‘을 연주했다. 이곳에서는 음악회 외에도 기자회견, 기업 행사, 제품 설명회, 리셉션 등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공식 명칭: Alte Oper Frankfurt
◆소재: 1 Opernplatz, Frankfurt
◆홈페이지: www.alteoper.de
◆건축가: Richard Lucae
◆개관: 1880년 10월 20일(재개관 1981년 8월 28일)
◆객석수: Grosser Saal 2450석, Mozart Saal 720석
◆파이프오르간: Schucke
◆부대시설: 컨벤션 홀
◆초연: 칼 오르프’카르미나 부라나‘(1937년)
◆상주 단체: 융에 도이체 필하모니, 앙상블 모데른
◆레스토랑(www.opera-restauration.de): 카페 로소, 레스토랑 오페라, 인터메조, 다카포,
◆교통: U6/U7 Alte Oper, S-Bahn Taunusanlage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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