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3단계회담 이후 미국측 시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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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제네바의 北-美3단계고위급회담에서 양측이 발표한 합의와 관련,미국내에서는 정부인사나 학계인사들이 아직 낙관하기 이르다는 시기상조론을 펴고 있다.
이같은 논조는 주로 북한이 지금까지 벌여온 지연작전과 약속 이행의 문제,즉 말과 행동의 차이에 대한 의구심을 버리지 못하는 데서 나온것이다.
제네바회담 공동발표문 이후의 미국내 분위기는 제네바회담의 미국측 수석대표인 로버트 갈루치 美국무부 북한핵담당차관보가 회담이 끝나고 밝힌 소감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갈루치차관보는 합의는 했으나 누가 더 많은 행동을 보이느냐가관건이라고 말했다.
미국내 정부 및 학계의 시기상조론은 북한핵과 관련한 제반 문제에서 각 사항의 거의 모두가 양측이 행동으로 옮기기에는 어려운 것들이어서 합의를 실현하기에는 아직도 넘어야할 장애가 너무많기 때문이라는 것이 주논리다.
이중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이 거부하고 있는 未신고 2개시설에 대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특별사찰과 현재 냉각수조에저장중인 사용핵연로봉에 대한 완벽한 처리문제다.
또 對북한 경수로건설지원도 빠른 시기내에 성사가 어려운 국제적 문제가 걸려있고 외교관계 개선이나 경제지원을 위해서는 미국내에서 거쳐야할 법적 제한이 산재하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은 북한이 강조하고 있는 외교관계 개선은 북한의 과거 핵개발역사를 확인하지 않고는 생각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북한에 대한 특별사찰이 벽에 부닥쳐 있는 현재,제네바회담이 합의한 외교관계 개선은 사실상 실행이 불가능한 상태며 나아가 對북한 경제지원 역시 같은 맥락에서 말과 달리 이행하기어렵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美국무부등 정부내 인사들과 보수계 인사들도 갈루치차관보와 마찬가지로『진전은 있었으나 완전한 타개로 선전할 단계에는 이르지못했다』고 조심스런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편 진보적 인사들은 대체적으로 이번 제네바회담의 결과에 대해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면서도 北.美간 합의가 예상보다 크게 앞서나간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으며,발표문에서 나타난 역사적 합의의 실체가 무엇인지에 대해 더 관심을 갖고 있다 .
이들은 북한의 金正日이 이번 합의에서 진정으로 바라는 것이 무엇이냐는 데에 더욱 관심을 보이면서,이번 합의가 너무 전격적이기 때문에 오히려 북한의 진정한 의도가 불분명해진 것으로 보고 이에 대한 분석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워싱턴 =陳昌昱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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