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회담 타결보는 경제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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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北-美 회담 결과를 접한 경제계의 반응은『이제라도 더 늦기 전에 對北 경제교류 활성화를 위한 방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로 요약된다.그러나 이같은 방안을 제시하고 있는 기업.연구기관 북한 전문가들의 시각에는 우리가 이미 미국.일 본등에 뒤처져「뒷 북」을 치게 됐다는 비판적인 견해가 짙게 깔려있다.安保문제를 輕視해서가 아니라,그간 우리 정부의 對北 經協 정책이 지나치게 정치.외교.안보의「下位 개념」에 머물러 왔다는 불만을새삼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金光鎬 코오롱상사 개발본부과장=北-美관계가 南北관계보다 먼저 풀릴 줄 이미 예상했다.그동안 우리 정부는 북한에 대해 너무 완고하고 경색돼 있었다.
北-美간에는 엠바고 해제보다 무역대표부가 먼저 설치될 것으로보인다. 이때 미국기업이 먼저 북한에 진출해 시장을 선점할 가능성이 크다.
북한시장을 미국에 먼저 내주게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에 대해 우리 기업들은 심한 부담감을 느낀다.
정부의 경직적인 자세때문에 가장 유리한 위치에 있는 한국 기업들이 오히려 불리하게 되고 말았다.정부는 빠른 시일안에 對북한 교류 활성화를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어차피 北-美관계가 빠른 속도로 개선되면 종합상사들은 미국의현지법인을 통해 북한에 우회진출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
종합상사들은 미국시민권을 지닌 직원들을 많이 거느리고 있으므로 이들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洪之璿 KOTRA 한러트레이드센터 전담반장=미국이 對북한 엠바고를 해제할 가능성이 높아졌다.北-美간 경제교류도 늘어날 것인데 이때 북한은 한국보다 미국에 더 시장을 개방할 것이다.
우리는 이미 북한에 관한한 이니셔티브를 잡지 못하고 있다.
정부도 北-美관계가 너무 빨리 진전되는 것을 오히려 걱정하고있는 것 같다.
核문제의 경우 북한이 한국형 경수로를 택하면 남북관계도 의외로 잘 풀릴 것이다.
그러나 이는 북한과 미국이 크게 양보해야 가능한 일이고 지금으로서는 러시아형이 더 유력하다고 본다.
***西方,한국 합작모색 ▲全洪澤 KDI북한경제연구센터 연구위원=일본과 북한 사이의 수교회담이 급속히 진행될 것이다.
일본은 북한의 경수로 지원 부담금을 국교수립에 따른 보상금과연결시켜 타결하려 할 공산이 크다.
일본 기업들은 對중국 투자에서 보듯 조심스럽기 때문에 북한 진출에서도 초기에는 일본 정부가 북한에 준 보상금을 챙기는 수준의 영업에 치중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에 진출하려는 서방기업들은 투자위험을 줄이기 위해 한국기업과의 합작 진출을 선호할 것으로 예상된다.북한도 서방기업의 진출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한국기업들이 우선 진출해 주어야 한다는 점을 결국 인식할 것으로 본다.
***대표부 성격이 중요 ▲董龍昇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외교대표부가 설치된다는데 그 성격이 어떤 것이냐가 중요하다.단순한 외교대표부인지 무역대표부 성격이 강한지 여부에 따라 미국은물론 일본등 서방국가와 북한간 경제교류의 틀이 어떻게 전개될지영향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北-美회담에 따라 주변국가들이 북한과의 경제교류를 활발히 모색할 것이며 특히 일본이 기민하게 움직일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남북관계는 공안정국 운운할 정도로 냉각된 상태인데,우리 정부가 8.15 광복절에 어떤 내용의 북한 관련 입장이나 정책을 발표하느냐에 따라 단기적 남북경협의 방향이 정해질 것으로 본다.
***한국 전력지원 有望 ▲高日東 KDI 북한경제연구센터 연구위원=단기적으로 주변국가에 대한 韓國의 경제협력 주도권이 상대적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北-美 회담을 계기로 일본과 북한간의 관계 정상화도 빨라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우리 입장에서는 따라서 對北 經協을 과거보다 좀더 적극적으로추진해 나가야 한다.현 단계에서는 주변국가와의 공조가 더 중요하다. 경수로 지원은 북한 내부문제 때문에 공식적으로 한국형을택하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본다.
미국이 북한의 경수로 발전소 건설중 대용에너지를 보내주는 방법으로는 기름을 지원하거나 제대로 가동되지 않는 북한의 화력발전소를 고쳐주는 방법,그리고 외부에서 전력을 보내주는 방법등이있을 수 있다.
이중 전력을 보내주는 방법으로는 우리쪽 전력을 보내주는 방안이 가장 실현 가능성이 높다.그러나 북한이 과연 이를 수용할 지는 미지수다.
***중국,北.美관계 긍정 ▲鄭永祿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現 北京주재)=이곳 北京에서 파악하기로는 그동안 북한에 대해 자기나라 식의 개방정책을 펼 것을 권해왔던 中國도 이번 北-美협상에 대해 큰 거부감을 갖고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중국 언론에서도 北-美협상 과정을 긍정적인 태도로 보도해 왔다.
중국의 이같은 태도는 그간 중국이 지속적으로 주장해온 한반도안정 지지론과도 맥을 같이하는 것이다.
일단 합의문이 발표된 이상 당장은 아니겠지만 북한에 서방자본,특히 일본 자본의 유입이 활발해 질 전망이다.
그동안 유엔개발계획(UNDP)이 추진해온 두만강개발 사업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북한의 체제 안정성(투자자 보호) 문제가이번 합의로 어느정도 해결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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