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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 노 정부 10년 산업정책 골격 … 금산분리, 대선 이슈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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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이슈 추적 2007년 대선 정국에서 새 쟁점이 떠올랐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가 산업자본의 은행업 겸업을 금지한 금산 분리 정책을 놓고 격돌했다.

이 정책은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 산업정책의 등뼈다. 그만큼 상징성이 크고 예민한 사안이다. 공세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쪽은 한나라당 이 후보다. 그는 18일 세계지식포럼에서 금산분리 정책의 완화를 주장했다. 그는 "친시장.친경제 지도자가 나와 파란 불이 켜져야 투자자들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투자 없이 경제가 살아나지 않고 투자 없이 일자리가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 측은 "론스타는 외환은행과 극동건설을 소유한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대중-노무현 정권 10년 산업정책의 근본을 건드린 것이다.

한나라당은 그간 민주신당의 전신인 열린우리당과 민노당 등으로부터 "재벌 비호당"이란 비난을 받아 왔다. 이를 감안하면 이 후보의 주장은 상당히 공격적이다. 이 후보의 선거대책 본부도 이 같은 문제 제기의 파장을 예상하고 있었다. 참모들은 전날부터 "센 것이 나온다"고 예고했다. 논쟁을 각오한 셈이다.

이날 발언은 이 후보의 대선 전략과 맥이 닿아 있다고 한다. 쟁점 사항을 적극적으로 건드려 논쟁을 주도하겠다는 전략이다. 이에 앞서 이 후보는 대입 자율화를 골자로 한 교육 공약을 발표해 통합신당 측과 논쟁을 벌였다.

통합신당 정동영 후보도 받아쳤다. 같은 자리 연설에서 곧바로 응수했다. 당초 선거 캠프에서 마련한 연설 초고엔 금산분리에 대한 내용이 들어가 있지 않았다. 그러나 이 후보가 금산분리 완화를 주장할 것이란 사실이 알려지면서 막판에 정 후보가 직접 원고를 수정해 '금산분리 고수' 입장을 집어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 후보가 링 위에 올라섰지만 이 후보의 구도대로 끌려가겠다는 생각은 없는 듯 보인다. 대신 노 대통령이 성공했고 자신도 조성하길 바라는 '20(가진 자) 대 80(못 가진 자)' 구도로 전선을 끌어가려고 했다. 정 후보는 이날 '기득권 세력' '재벌 편든다'는 등의 표현을 썼다. 또 '중소기업 육성' '차별 없는 성장' '비정규직 차별 철폐' 등을 강조했다. 정 후보 측은 '금산분리 완화 대 금산분리 고수' 논쟁을 확대시키면 '20 대 80' 구도를 조성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마침 이날 노무현 대통령도 벤처기업인 시상식에 참석, 특강을 통해 '진보적 시장주의'를 강조했다. 한양대 나성린 교수는 이 같은 정책논쟁에 대해 "좌파 성향의 시장을 믿기 어렵다는 세력(노 대통령, 정 후보)과, 금융산업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선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시장을 믿는 세력(이 후보) 간의 대결"이라고 평가했다.

고정애.김정하 기자

◆금산(金産)분리=국내 산업자본(대기업)이 금융자본(은행)을 소유하거나 지배하는 걸 금지하는 규제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금산분리를 강화했다. 반면 뉴브리지캐피털.론스타 등 외국 자본에 대해선 은행.기업의 동시 소유를 허용한 사례가 있어 역차별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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