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경금융시장>中.신용도 낮은 채권 외국자본 외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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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정크본드란 신용도가 BBB급 이하의 견실하지 못한 기업이 발행하는 채권으로 리스크가 많은 대신 금리가 높다.금융시장에서는이를 「쓰레기 채권」이라고 낮춰 부른다.채권 발행에 관한 한 일본證市는 「정크 마켓」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쓰 고 있다.
신용도가 낮은 채권발행 당사자에게는 달콤한 반면 신용도가 높은 발행자에게는 경원시당하는 곳이기 때문이다.그 대표적인 예가사무라이債.사무라이債는 외국정부나 기업이 일본내에서 발행하는 엔표시 外債며 일본이외 지역(주로 유럽)의 엔화 표시 채권은 유러엔 본드(債)라 부른다.
그런데 같은 엔표시 채권이면서도 사무라이債의 발행 당사자는 거의 신용도가 낮은 BBB급들이지만 유러엔債는 AAA급의 기채가 줄을 잇고 있다.사무라이債의 정크化다.왜 그럴까.우선 발행코스트의 차이때문이다.
만일 A급의 발행주체가 3백억엔을 기채할 경우 인수.판매.관리수수료에 더해 거래소 상장비용과 유가증권보고서 작성비용까지 합치면 전체 비용은 2억7천만엔이 소요된다.이에 반해 유러엔債의 발행비용은 발행총액의 0.3%로 사무라이債의 3분의1에 지나지 않는다.사정이 이러니 신용도가 높은 우량국 또는 기업이 일본시장을 외면하는 것은 당연한 일.
새로운 안정주주의 확보와 증자에 의한 자금조달을 꿈꾸는 기업들이라면 경상흑자가 넘쳐 흐르는 일본 자본시장이야말로 상당히 매력적인 곳이다.하지만 日대장성은 버블붕괴후의 주가폭락을 겁내90년이후 사실상 에쿼티 파이낸스(新株발행을 전 제로 한 자금조달)를 억제하고 있다.『東京증시는 자금조달이 안되는 주식시장』이라는 逆說이 나올 정도다.
이렇게 上場메리트가 줄어들고 있는 판에 上場코스트는 비싸기만하다.증권거래소에 지불하는 상장부과금이 연간 1백50만~2백만엔에 유가증권 보고서 日語번역,변호사 비용등을 합하면 기업의 부담은 연간 2천만엔을 넘나든다.
외국기업의 上場 장벽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東京증시에서는 외국기업에 대해 상장 조건으로 순자산 1백억엔,3년간 이익금이매년 20억엔 이상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
상장조건 가운데는 「본국 증권거래소에서 주식유통이 활발할 것」이라는 규정도 포함돼 있다.중국을 비롯해 아시아 기업은 본국주식시장이 미성숙 단계에 있어 원활한 자금조달을 위해 일본 시장을 기웃거리지만 이런 식이라면 문전박대나 다름 없다.
일본의 높은 인건비나 영업환경,소득세등 구조적인 문제들도 외국기업으로부터 외면당하는 원인이 된다.외국금융기관이나 일반기업은 국제어인 英語 구사가 자유로운 사원을 홍콩이나 싱가포르처럼구하기가 쉽지않다.50%를 초과하는 소득세 한계 세율로 인해 한때 일본에 진출했던 일류 외환딜러들은 기업들보다 한발앞서 일본을 떠나버렸다.하루 24시간 국경을 넘나들며 거래가 이뤄지는국제금융시장에서 마켓의 육성은 본질적으로 「쟁탈전」을 의미한다.각종 비용.세금.거래환경등 조건의 우열이 그대로 시장의 盛衰를 결정하고 만다.그런 점에서 일본의 주식.채권시장은 외국 기업들뿐 아니라 일본의 우량기업들에게조차 원망의 대상이 되고 있다. 〈李信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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