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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논단>미일무역분쟁-다자간기구 통해 해결하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최근 미국이 일본에 일방적 무역제재를 가하겠다고 위협한 것은얼핏 보면 일본의 양보를 얻어내려고 미국이 강공을 취하는 것으로 보일지도 모른다.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코너에 몰려있어 출로가 필요한 측은 오히려 미국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은 취임할 당시 부시정부보다 일본시장을 더 많이 개방토록 할 자신이 있다고 말했었다.그러나 모토롤라社를 위한 핸드폰시장 개방을 예외로 치면 결과에 집착하는 클린턴정부의 전략은 명백히 실패했다.
일본정부는 시장개방의 효과를 판정하는「측정가능한 발전 지수」를 설정하라는 미국의 요구에 저항해왔는데,이는 정당한 것이다.
이것이 수치목표는 아니라는 미국의 주장은 별 설득력이 없다.미국의 목적은 또 다른 이름하에 무역을 관리하자는 것으로 자유화를 지지하는 일본내 세력의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다.
동시에 아시아의 교역상대국들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아왔다.중국에 대한 모호한 태도와 함께 일본과의 껄끄러운 관계를 보면 미국측이 진정 필요로 하는 게 무엇인지를 알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최근 두 가지 점에서 미정부는 주도권을 상실했으며,정치적 약점을 벌충하기 위해 협상을 벌이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다.그 하나는 지난 2월 클린턴과 호소카와 모리히로(細川護熙)일본총리간의 무역회담이 결렬된 이후 슈퍼301조를 연장한 것이다.이는미국내에서 쌍무적 무역협정의 비준 노력이 계속되는 동안 정치적압력을 피하려는 지연전략으로 보인다.미국은 올 가을을 타결시한으로 정하고 슈퍼301조를 발동하겠다고 위협함으로써 일본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이 때문에 일본정부는 국내에서 對美양보에 대한 지지를 받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두번째 요인은 달러화에 대해 미국정부가 명확한 인식을 갖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미국은 엔高를 계속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이것이 미-일간의 무역불균형을 시정하는데는 별 효과가 없을 것이다.최근의 미국측 움직임에 대해 일본정부 가 침착하게반응하고 있는 것을 보면 미국측의 선택 여지가 점차 줄어들 것이라는 것을 일본측이 알고 있는 것같다.일본측은 중국의 최혜국대우 경신문제에서 클린턴정부가 양보를 하지 않을 수 없었던 데에 더욱 고무받은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일본정부가 상징적인 선에서 미국상품을 구매함으로써 미국정부를 달래려 할 위험성은 아직 남아있다.그렇게 되면 결국 미국의 무역 로비만 도와주는 결과가 될 것이며,다른 교역국들을차별하는 것이 될 것이다.그 대신 일본은 미국이 불만을 무역및관세에 관한 일반협정(GATT)이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APEC)등을 통해 상호협의로 해결토록 유도해야 한다.
결국 그러한 방식이 미국에 최대의 이익이 된다는 사실을 미국측은 깨달아야 할 것이다.미국이 일본과의 무역관행에 근시안적으로 집착하는 것이 미국경제를 위협하는 무역적자보다 훨씬 더 큰문제다.일본이 받아들일 수 없는 요구를 고집함으 로써,미국은 주요 맹방을 적대적으로 만들고 있으며 국제적 비난을 자초해왔다.이제 미국은 이러한 속좁은 분쟁을 제쳐놓고 세계무역과 경제정책에서 미국의 전통적 리더십을 다시 발휘하는데 힘을 모아야 할것이다. [本社特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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