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아버지보다 살아있는 아버지가 낫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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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료 남기고 죽은 아버지보다 살아서 웃게해주는 아버지가 낫지요. 새로운 광고 참 좋습니다."

'비호감 광고'의 대명사로 불렸던 푸르덴셜생명의 TV 광고가 최근 새로운 시리즈를 통해 '급호감 광고'로 바뀌고 있다.

이 생명보험의 TV 광고가 '비호감'으로 찍히게 된 것은 '푸른 약속'편이 전파를 탄 지난해 말부터다. 광고가 시작되면 한 여성이 딸아이와 함께 자동차를 세차하는 장면이 보인다. 잔잔한 음악과 함께 흐르는 나레이션은 이 장면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10억을 받았습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남편과의 약속을 지키는 거라면서 하나부터 열까지 도와주었습니다. 이것 또한 약속이라고 했습니다. 남편의 라이프 플래너였던 이 사람, 이제 우리 가족의 라이프 플래너입니다".

광고는 죽은 남편이 남긴 10억원이라는 보험료와 라이프 플래너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러나 광고의 효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번졌다. 시청자와 네티즌들은 이 광고가 불륜의 코드를 가지고 있다며 "죽은 남편이 준 10억원으로 라이프 플래너와 새 출발을 하는 내용"이라고 다른 해석을 내놨다.

지난 8월 선보인 광고도 비호감 광고의 오욕을 이어갔다. 이 광고에서는 대학에 입학하고 유학을 가고 결혼을 하는 자녀들 곁에 애니메이션으로 처리된 아버지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광고는 "이 세상에 없어도 대학 입학을 시키는 아버지가 있습니다. 이 세상에 없어도 유학을 보내는 아버지가 있습니다. 이 세상에 없어도 행복한 결혼을 시키고 가족과의 약속을 지키는 아버지가 있습니다. 가족의 가슴 속에 변함없이 살아있는 아버지, 당신은 푸르덴셜 아버지입니까?"라고 묻는다.

이 광고 역시 "아버지는 대학 입학을 시키고 유학 보내고 결혼 시키는 돈만 벌어오는 사람이냐" "보험료가 있어서 대학가고 결혼하면 아버지는 필요하지 않다는 뜻이냐"는 등 논란을 일으켰다.

두 번의 광고로 인해 '비호감 광고'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광고로 기억됐다. 하지만 최근 선보인 시리즈 광고는 이 회사 광고 이미지를 단숨에 '호감 광고'로 탈바꿈시켰다.

새로운 시리즈에는 죽은 아버지 대신 살아있는 아버지가 등장한다. 그리고 그 아버지와 함께 웃음짓는 아기들도 있다. 퇴근하는 아빠에게 엉금엉금 기어가 다리에 매달리는 아기, 아빠는 아기를 안고 카메라를 향해 비행기를 태워준다. 아기를 웃게 해주려고 큰 장난감을 뒤집어쓰고 괴물 흉내를 내는 아빠도 있다. 딱히 우스울 것 같지 않은 아빠의 도리도리에 자지러지게 웃는 아기와 덩달아 웃게되는 가족이, 새 광고 속에 있다.

UCC 형식의 새로운 광고를 접한 시청자와 네티즌들은 "귀여운 아기의 모습, 행복한 가족의 모습이 훈훈하게 다가온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이전 광고와 비교해 "죽은 아버지 대신 살아있는 아버지, 그것도 가족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아버지가 등장해서 더 없이 반갑다"는 의견이 많았다. 한 네티즌(ID chnyj)은 "보험료 보다, 라이프 플래너 보다 소중한 것이 아버지"라며 "이 회사가 깨달음을 얻는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린 것 같다"는 의견을 달았다. 또 다른 네티즌(ID sourball)도 "요즘 이 광고를 보면 마음이 따뜻해지고 절로 웃음이 나온다"고 말했다.

김윤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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